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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번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이 다가오거나 화급을 다투는 일이 째각째각 다가오고 있는 걸 느끼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때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잠재력을 다 발휘하는 모양이다.

보통 여기서 파생되는 것이 시험 전[벼락치기] 내지 PT 전 [벼락컨셉]같은 것이다.
시간은 무정하게 흘러가는데 슬슬 피는 말라가는 기분이 들고 뭔가 해결책을 뽑아야겠다는 절박감이 몰려오면
괴상하게도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는 경우가 있다.
아, 물론 실패도 있고 그래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다반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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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정말 태어나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아파봤다.

그렇게 심한 두통은 난생 처음이었다.
삼장법사가 손오공의 금강권을 죌 때 이런 고통이 왔을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손오공 착한 놈이다. 나라면 삼장법사 가만 안 뒀을거야)아픈데 대체 통증의 발현지가 어딘지 알 수 없다는 것.
몸도 차갑고 덥고 왔다갔다를 반복하는데 하염없이 졸려서 하품은 나오고 잠은 못자겠는데 점차 속까지 메슥거리질 않나... 이거 신종플루인가 아니면 뇌종양인가 이렇게 혼자 끙끙대기 전에 911 아니..119부터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 부모님에게 전화를 해 볼까? 아니지.  새벽1시에 전화햇다간 온 가족친지에게 다 전화가 갈텐데 그럴수도 없고 친구를 부를까? 근데 불러서 뭐하게? 어이구 아프겠네 따위 말밖에 더오겠나. 그럼 뭔가 119를 부르던가 자가치료를 하던가 해야하는데...



각설하고
현재는 아침에 멀쩡해져서 글을 쓰고 있다.

사람이 극심하게 아파지니까 오히려 명징해지고 굉장히 이성적으로 변하면서
어디가 왜 아픈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 보게 되더라. 그렇게 혼자 자가진단을 해 보면서 가장 그럴듯한 게 뭔가 유추해보게 되었다. 그동안 몸이 안 좋은 부분이 어디였나 이런것까지 세세하게 생각해 보다가보니...

결국, 바늘로 손 따고 손발 문지른 다음에 두통이 사라졌고 바로 잠이 들었다.

체했던 것이다. -0-
119불렀으면 뭐라고 했을까? 구급대원이 바늘하고 실을 줬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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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몇 시간 전에 보였던 행동은 평상시의 내 행동같지 않았다.
머리를 삽자루로 두들겨 맞는 와중에서도 그렇게 움직이고 반응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적잖이 놀라웠다.
그래서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즉 궁즉통이라고 선인들이 말한 모양이다.

궁해지면 변화하고 변화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 간다.
그래서 순간의 명민함이 평소의 부지런함보다 나은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 체했다 살아난 주제에 득도한 척 하는 중 *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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