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ss in Boots

見.聽,感 2009. 9. 7. 01:36

작은 쥐새끼가 주방에서 치즈를 물고 자기의 굴로 부리나케 달려가고 있었다.

아직 세상의 어두움이라는 것을 모르는지 아니며 원래 좀 모자란 녀석이었는지 그 녀석은 자기 굴만 바라본 채 생각없이 냅다 달리던 중이었고 그 덕에 자기를 예전부터 지켜보고 있던 노란 눈의 가죽장화 사내가 있다는 건 눈치 채지도 못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그 녀석은 자신의 굴로 무사히 들어갔고 그 속에서 자기의 용감함과 재빠름에 만족하고 있으리라.  한참 쥐새끼가 사라진 쥐구멍을 바라보던 사내는 옆에 검은 고양이가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나서야 쳐다보는 것을 그만두었다.

"대장, 왜 잡지 않으셨습니까?"

"지겨워서."

"예전엔 갖고 노셨잖습니까."

"먹지도 못하는 걸로 장난치는 건 이제..."

노란 눈의 고양이는 허리에 찬 칼로 자기의 장화를 툭툭 치면서 심드렁하게 말했고, 검은 고양이는 눈을 깜박이며 대장을 걱정스레 쳐다봤다.

"요즘 기분이 안 좋으시군요."

"사실, 이제 쫒아도 잡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대장이라 불린 사내는 몸을 휙 돌려서 크게 뚫린 돌창을 통해 밖을 쳐다봤다. 이미 추수가 시작되고 있었고, 영민들은 세곡을 꾸려서 달구지에 싣고 성으로 들어오는 중이었다. 해매다 풍년이었고 밀은 넘쳐 흘렀다. 성 바로 아래 있는 방앗간에서는 방아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매일 아침 성의 화덕에서는 고소하게 빵굽는 냄새가 첨탑까지 풍겨올랐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달구지를 끄는 농부들과 방앗간지기의 볼은 움푹 들어가 있었다. 그가 맨 처음 카라바후작을 모시던 그 때나 지금이나 성 아래의 사람들의 볼은 홀쭉하기 그지없었다.

"후작님은 다시 왕성에 가셨느냐?"

"예, 어젯 밤에 나가신 이후 아직 안 오셨습니다. 왕이 오늘내일 하시니까요."

"후계가 곧 결정되겠군."

"후작님은 부마가 아닙니까. 아무래도 다음 왕위는..."

"선왕은 사촌이 많다."

 커다란 짐승이 죽을수록 쉬파리는 더 많이 꼬이는 법이다.
 왕의 노환이 임박하자 각지에 흩어져 있던 피붙이 제후들은 하나 둘 씩 번쩍이는 병장기를 두른 정예병을 대동하고  왕성에 모이기 시작했다. 상속권은 누구에게나 있었다, 유언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그것은 금지옥엽을 신부로 맞이한 카라바 후작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카라바 후작은 그가 끌고간 200의 군사들 외에도 천명 가까운 정병들을 성 안에서 먹이고 훈련시키는 중이었다. 방앗간의 방아가 부서질 정도로 열씸히 밀가루를 빻는 이유는 그것이었다.

"후작님이 왕이 되셔야 할텐데 말이죠."

"그럼 좋지."

"대장님도 장군반열에 오르지 않겠습니까?"

"......고양이는 벼슬하고 상관없어. 이대로가 좋아."

광대한 영토를 다스리는 후작의 지위에 주인이 오르고, 공주의 부마에 걸맞는 위상을 꾸민지도 10여년이 지났다. 사람에게도 짐승에게도 화살같은 시간이었지만  노란눈의 고양이는 카라바 후작의 부친과 나눈 마지막 대화가 엊그제 일처럼 선연했다. 그 때도 추수가 끝나던 이 무렵이었다. 지금 밖에 보이는 방앗군지기마냥 후작의 부친 역시 방앗간 지기였고, 홀쪽한 볼이 더 여위어 보이는 흐릿한 눈을 가진 폐병장이였다.

네 녀석이 특별한 고양이라는 건 알고 있다.

......

고양이는 집을 따른다고 하지만 그것도 아님을 알지.

......

부탁이 있다. 

...뭡니까.

막내를 지켜다오. 너라면 할 수 있을거다.

...어떻게요.

나처럼 살지 않게. 평생을 밀가루와 방앗소리에서 벗어나게만 해 준다면.

...내게 이득되는 거라곤 하나 없는 일인데?

난 알고 있다. 네가 막내를 좋아한다는 걸. 

...망할 늙다리 영감탱이. 뒈져버려.

고맙다.

그리고 늙은이는 죽었고, 노란 눈의 고양이는 장화를 신었고, 고양이는 풍찬노숙을 마다않고 막내아들을 카라바 후작의 자리까지 올려놓았다. 죽은 자의 마지막 소원을 들은 유언집행자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무엇보다 고양이는 막내를 좋아했었다. 

"대장님?"

"응?"
검은 고양이의 말이 그를 상념에서 불러내왔다.

"후작님을 걱정하시는 건가요?"

"걱정이지. 왕이 죽을테니까."

"왕이 되면 되지요."

"안 되면?"

"그만이죠."

그제서야 고양이는 검은 부하를 보면서 샐쭉하니 웃었다. 여전히 송곳니는 날카로왔다.
"고양이는 교미를 위해서 새끼들을 죽이지. 사람들은 왕관을 위해서 친척들을 죽인다."

"그럼 전쟁이라도 나는 건가요?"

"모를 일이지. 아니, 나겠지. 너라면 방앗간 고양이에게 동네 왕초자리를 물려주겠어?"

"그럼 어떻게 하실건가요?"

"응?"

"당연히 고양이는 떠나아죠."

"......그래, 고양이는 떠나야지. 난 남는다."

"왜요, 대장님은 왜 남습니까?"

장화신은 고양이는 창문 밖의 풍경을 보면서 조용히 웃었다.

"오래 살아보니까 개나 고양이나 나중에는 별반 다를 게 없더군. 특히 주인이 있는 경우는 말이다."

카라바 후작은 몇년 동안 고양이가 있는 주방 별실에는 내려오지 않았고
공주 역시 결혼 후에 모습을 비춘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가 주인과 같이 하던 모닥불 자리에는
광대와 악사와 늘 손을 가지런히 모은 중년의 사내들이 웃는 낯으로 고양이를 대신하고 있은 지 오래였다.

그래도 고양이는 늘 주방별실을 지키고 있었다. 아마도 카라바 후작이 다시 내려올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그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늙은 장화신은 고양이는 그 자리를 떠난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언가 알지 못하는 끈이 이미 얼굴도 까먹게 생긴 후작의 몸과 이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길들여짐이었다.  신경질적으로 그는 앞발에 침을 묻혀서 귀 밑머리를 닦았다. 운명이라는 것은 사람에게나 짐승에게나 얄궃은 것이었다.

이미 해는 천천히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고, 검은 고양이가 자취도 없이 사라진 넓은 별실 안에 장화신은 고양이는 혼자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장화가 굉장히 발에 죄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고 물레방아에 맞춰 규칙적으로 찧어대는 아련한 방아소리만이 귓속에 들어올 뿐이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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