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른 뒤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소장품을 다시 꺼내게 되면
맨 처음에 가지고 있었던 감상과 심정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가 느껴지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일전에도 소개했던
건그레이브 에니매이션을 드디어 다 봤습니다.
맨 처음 나왔던 게 2003년이었습니다.
아무런 저작권 죄의식을 갖지 못하던 시절 불법으로 다운받아보던 시절의 그 만화는
좋은 것도 있었지만 이상한 것도 참 많았어요.
"저 등장인물은 참 개연성이 없네."
"유치찬란한 말이로군"
"왜 저런 식으로 일하지?"
6년이 지난 뒤 DVD로 조용히 감상을 하고 나니
그 모든 것들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개연성은 여전히 없지만
왜 저렇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해를 하게 되었달까요.
사람의 행동 중에 개연성을 가지고 행동의 결과까지 끄집어내는 경우가
인생의 몇 퍼센테이지가 될까요?
모든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이 이성이 아닌
세월의 앙금속에 빚어진 그 만의 양식으로 이해가 되어버리는 순간.
저럴 수 밖에 없다! 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
모든 씨줄과 날줄이 하나로 얽혀서
하나의 테피스트리가 되고 그 안의 그림이 보여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군요.
살아온 시간의 경험과 감상의 두께가
사람의 보는 위치를 조금씩 뒤로 밀어보내서
다는 보지 못해도 나무가 아닌 숲을 어렴풋이 보게 되는 경험.
나이를 먹은 걸까요?
2.
벗들과 헤어지고 나서
동네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동생 집근처부터 제가 사는 집 근처까지
도보로 30분도 안되는 거리더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가 참으로 작다는 것을.
그런데 한 번도 그렇게 다녀본 적이 없었군요.
사람은
자기 주위환경에 대해서
아는 만큼만 보인다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이 동네 산 지 4년이 넘었는데
참으로 새삼스럽고 새롭습니다.
살아가면서 내가 볼수 있는 광경은
얼마나 크고 또한 작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