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술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하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서기 좋아하고 뒷끝없는 대신 떠들석하게 노는 것이 좋다. 자기가판단할 때 좋은 것이있으면 사람들을 같이 가자고 꼬드낀다. 일단 내가 좋으면 남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늘 즐겁다.
최소한 속사정은 몰라도 겉으로는 늘 즐겁게 살려고 노력한다.

한 사람은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 만나는 걸 싫어한다. 혼자 먹고 마시고 혼자 생각하고 공상하는 것을 즐긴다. 어차피 사람들은 각자의 생각대로 움직이니 그들에게 내가 뭐라고 해 봤자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싫은 건 남에게 시키지 않는 스타일이다.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것도 없으니 남들도 자기에게 기대하지 않기를 바란다.
속사정이야 어찌했건, 이런 맘을 남이 신경 써 주는 것 조차 버겁다.

둘이 앉아 있으면 늘 삐걱댄다.
별반 영양가도 없는 일에 대해 뻥튀기를 하는 외향적인 사람을 내성적인 사람은 우습다고 생각한다. 엄벙덤벙거리면서도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나 싶어한다.  늘 혼자 뾰루퉁해 있는 내향적인 사람을 외향적인 사람은 불편하게 쳐다본다. 내가 뭘 잘못해서 늘 저런 인상을 쓰나 생각하고 뭔가 즐거운 걸 보여주면 나아지려나하고 이것저것 궁리를 해 본다. 하지만 뭔가 일을 벌릴수록 두 사람은 짜증만 늘어간다. 왜 시키지 않은 일에 행동거지는 저따위로 가벼운가. 왜 저 사람은 이런 걸 해 줘도 저렇게 인상만 쓰고 성질만 내나, 사람이 고생하면 빈말이라도 해 줄 것이지.


2.
두 사람이 있다.
마치 한 날 한시에 같은 유전자로 두 쪽이 된 듯 비슷한 유형이다.
싫어하는 것이 비슷하니 서로에게 권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이 같으니 별달리 말할 필요도 없다.

둘이 앉아 있으면 무미건조하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술을 먹어도 그만, 술을 안 먹어도 그만.
밥을 먹어도 그만, 밥을 안 먹어도 그만.
고민이 있어도 그 고민에 대해서 생각하는 게 비슷하니 솔루션은 늘 거기서 거기.
어떨 때는 없어도 전혀 불편할 것이 없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그냥 서로가 서로에게 편해서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에게 화가 나면 그건 화가 아니라 적개심이나 증오에 가까와질 수도 있다는 원초적인 불안감도 갖는다.

그래서 가끔은
전혀 다른 성격의 사람들과 일을 해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3.
물론 세상의 모든 사람이 100%같은 사람과 100%다른 사람으로 나뉠 수는 없다.
1번과 2번을 왔다갔다하면서 세상사람들은 살아간다. 누구 말마따나
저렇게 둥글둥글 살다 깎여나가며 살아갈지도 모르고
평생 사람들과 모나게 부딪히다 일생을 마감할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 와중에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난하기 그지없는 스트레스를.

사람으로 태어나서 살아가는 데 필수불가결한 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살아가는 과정의 업이 삶보다 무거운 무게로 작용하면 그건 뭔가 잘못된 일일 터.

세상살이라는 건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사는 것을 배우는 과정일지도.

친구던, 직장관계던, 애인사이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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