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끔
집안에서 먹다 남은 식재료를 가지고 괴상한 소스를 쳐서 고기를 구웠는데
이 맛이 프랑스 꼬르동블루 레시피에 필적하는 천상의 맛으로 만들어져 나오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 만화는 그 범주에 속한다.
왜냐하믄...이 원작은 애니매이션으로 만들어질 법한 건더기조차 없었다.
플레이스테이션2용 슈팅 아케이드 액션이 원작이었기 때문이다.

(이게 원작이다. 플레이타임 2시간이면 다 깬다. 내용? 그런거없어!
 화면에 나오는게 다 쏴제끼고 부숴버리는게 목적인 철저한 스트레스 해소용게임)

아, 물론 내용은 있다.
마피아 클리너였던 주인공이 친구의 제안을 거절했다가 암살당했는데
어쩌다 매드사이언티스트의 도움으로 되살아나서 팔뚝만한 쌍권총을 휘두르며
조직 전체에 복수를 한다는 단순쌈박한 줄거리다.
(그런데 의외로 이 게임 인기가 좋아서 후속편 건그레이브O.D (overdose)라는 타이틀도 나왔다.)

*
웃기는 일은 여기서부터다.
원래 이 게임의 원작자는 나이토 야스히로. 유명한 애니(트라이건)을 그리신 분이다.
게임의 인기가 꽤 되자 프러덕션 매드하우스에서 애니매이션을 그리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스토리랑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게임속에서 그대로 가져와서 애니매이션을 만들었는데
만들어낸 것이 1회 25분 분량으로 26화짜리였다.
게임 클리어타임이 2시간이 채 안되는데 10시간이 넘는 애니매이션이라니.

원래 아무것도 필요없는 SF슈팅게임이었는데 드라마성과 주인공 캐릭터성이 입혀지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들어가다 보니 뭔가 굉장히 짬뽕스러운 [SF마피아 액션느와르]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이거 굉장히 진지하더란 말씀.
(물론 개연성 없는 캐릭터 몇몇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건 제껴두고라도)
마지막 부분에 가면 심오하기 그지없는 인생사의 한토막까지 구경할 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천상의 잡탕밥]이라고 부를 만한 작품이다. 

가끔 여자들이 피식하고 헛웃음을 질러댈 만한 [싸나이들의 의리]라던가
30넘은 인생들이라면 혀를 끌끌 찰 [조직의 철칙]따위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지만
정말 아케이드 액션에서 이정도 퀄리티의 내용을 뽑아낸다는 건

타짜식 표현을 빌리자면
[마른 오징어에서 액기스를 뽑아낸] 수준이다. 작화 퀄리티도 수준급이고
무엇보다 마무리가 참 맘에 들었던 애니매이션.

* 한 줄 요약

- 나 이 DVD 샀다. 다시봐도 재미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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