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소사

작은 방 한담 2009. 4. 7. 21:40
1.
Ebisu맥주를 팔고 있던 몇 안되는 편의점 중 하나에서 드디어 Ebisu맥주가 사라졌다.

"더 이상 에비스맥주는 안 파시나요?"

"진열되어 있는게 단데요?"

진열되어 있는 게 단지 누가 모르나.
...아저씨, 에비수 지난 달까지만 해도 있었잖아.
이러이러해서 안 들어옵니다 라는 말을 기대했던건데...

하여간 그냥 집에 왔다. 에비스대신 그 자리엔 [오가든]이 들어와 있더라.

2.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아래에서 기척이 들리길래 그냥 잡아둔채로 사람을 기다렸다.
단아하게 생긴 아주머니가 나를 보더니
"어머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면서 타는 것이다.

그냥 고개만 끄덕하면 다행이고
생까는게 덕목이 되어버린 우리 단지에도
저런 분이 살고 계셨구낭.
얼굴도 참 고우시네.

그러더니 3층에 내려 4층으로 올라가셨고
가시면서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라고 인사까지 하면서 내리는 것이다.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기에 나도 감사하다는 말을 하려 했는데

5시간 넘게 운전대를 잡고
한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난 뒤 말을 한 마디도 안 했더니
목이 잠겨있었다는 걸 몰랐다.
갑자기 카스트라토의 목소리가 나오는게 아닌가.

"에에헤~ㅅ"

아줌마는 갑자기 4층으로 뛰어올라가버렸다.

ㅠ.ㅠ 그게 아니예요.

3.
노대통령이 돈 받았다네.

도덕성이 무기가 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똥통에 같이 들어가서 뭘 어쩌겠다고.

아마 죽을 때까지 뜯기며 돌아가실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듯 하다.

가진자는 아무리 더러워도 똥밭에서 구르는 걸 자랑으로 삼되
선비는 갓끈을 고쳐쓰면 그 날로 개죽음을 당하는 곳이다.
하물며 정치판에 이전투구하는 자에게 청렴을 기대하랴?

원래는 기대하는 것이 정상이나
우리는 정상이 아니다.
이미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외눈박이 원숭이들의 나라였다.

진실로 내 스스로에게 이르되
이민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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