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장 2009. 3. 25. 03:41
갑자기 몸이 으슬으슬해져서 일찌감치 자리에 누웠다가
퍼뜩 정신이 드는 꿈을 꾸고 다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일어나 보니 새벽 3시 반.
나는 다시 군복을 입고 열심히 뛰어다니는 중이었다.
누군가 뒤에서 열심히 뛰라고 닦달하고 있었고
나는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리 근육이 땡겨 뛰지 못하는
전형적인 스테레오타입의 악몽에 후들거리다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깨어보니 하늘은 감깜하고 달은 사위어
어두움이 세상에 충만한데
오히려 나는 안도감을 찾았으니
현실이 꿈을 구축하는 것을 다행스레 여겼다.

어떠면 또 다른 호접지몽일지도 모른다.
실상의 나는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손으로 쳐 가며
질퍽하고 차가운 흙바닥 위에서 군복을 입고 자는 어린 소년일까?

꿈은 자기불만의 표상
혹은 눌린 잠재의식의 표출,
아니면 일어날 일에 대한 불가해한 암시.

허구와 잿빛칼라의 공간에서 흙투성이 군복을 입고 뛰는 자와
실존하는 세상에서 새벽에 자판을 빌어 글을 쓰는 이는 
분명 같은 사람이었지만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전쟁중이었고 나는 훈련을 받고 있었으며
이 훈련이 지나가면 전선으로 투입되고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 것인지는 뻔히 알고 있는 꿈이었다.

꿈 속에서 나는 현재는 모르지만 앞날에 대한 기시감을 지니며
현실에서의 나는 당면한 일은 알아도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는 모르고 있다.

과거와 미래를 아는 장소에서 깨어나 갑자기 현재만을 인식하는 장소로
떨어질 때의 이질감.
그것이 꿈과 현실을 갈라주는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그래.
나는 지금 나비가 아닌 것이고
잠시 잠이 든 사람인 것이다.

나는 미래를 모른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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