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신부가 되어 볼래?"

이거 농담 아니다.
나 중학교 다닐 때 어머니가 나에게 물어본 말이었다.

우리 집안이 3대째 개신교도이고 나름대로(?) 가족의 전통을 중시하는 집이었고
장남이었으니 망정이지
내 성정에 맞기로는 
머리깎고 절에 들어가 앉아 독경을 하거나
천주교로 개종해서 수사가 되고 신부가 되는게 훨씬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자에 대해 별 관심없을 때 일이다.
요즘처럼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터에 바디페인팅하는 여자 사진이나 찾아다니는 깜냥으로는
수도가 아니라 파계승도 못될 심정이지만.

각설하고,
김수환 추기경이 돌아가셨구만.
속세에 어차피 남겨놓은 것도 없으셨을테니 그냥 홀가분하셨을 게다.

그거 보면 신부들이 참 부럽다.
세사 어떤 물질에도 집착함이 없이 그냥 구도에 매진할 수 있다는 것이.

난 그래서 [정의구현사제단]이 좋더라.
눈 한 번 질끈 감고 고개 돌리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수도자의 삶인데
민초들의 아우성에 귀를 막을 수 없어서
상구보리 하화중생하는 모습아닌가.

그저 진흙탕에 고기 몇점 줏어먹겠다고 아둥바둥하는 우리들이 보기에는
그놈이 다 그놈으로 보이는 세상이다.
빛이 비추되 어두움은 깨닫지 못한다는 성경말씀이
요즘처럼 절실한 적이 없었네그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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