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의미없는 숫자의 나열에 불과하지만 아마 난 평생을 살면서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다.
참으로 많은 것들을 배운 날이고,
내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많은 것들을 내가 가지지 못했다는 것을 안 날이며
사람의 운명에서 영구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배운 날이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배웠다.
인간의 삶을 이어가는 부분에 있어서 두 사람간의 유대는
사랑도 아니고 신앙의 유대도 아니고 이념의 공유도 아닌
서로에 대한 신의와 의리라는 것이고
그것이 가족의 출발이라는 것.
새삼스럽긴 하지만 임상적인 체험이라는 것에 점수를 하나 더 준다.
더불어
세상에는 멀쩡한 얼굴로 살아가면서
또 다른 의미의 탐욕을 가진 채 살아가는,
바꿔 말하면 평범한 이들은 생각지도 않는 소유욕을 가진 이들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왜 모세가 십계명에 뜬금없이
[내 이웃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고 써 놓았는지도 좀 알것 같더라.
하지만 어쩌랴
이미 끝나고 정리되고 서류까지 작성해서 덮어버리고 과거의 일로 묻어버린 것을.
산업화가 되고 가족이 잘게 구성되고 사람의 일을 [법]이라는 글자 몇개가 대신 해 주는 지금
예전에는 일평생이 걸려도 해결할 수 없는 난망한 문제점이
너무나도 쉽고 빠르고 허망하고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한 채 끝나버린다.
2009년은 충실하게 보내려한다.
2008년은 정말 덧없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