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9개월 정도 써 왔던 핸드폰을 새로 나온 핸드폰으로 과감하게 교체를 해 버렸다.

원래 전에 쓰던 핸드폰이 당시 최고의 스펙이라고 모두 뻥을 치지 이 제조사 개객기야  여겨지던 폰이었고, 그 폰을 구입하던 당시 사장이 "내가 핸드폰을 바꾸니까 팀장 너도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 그것이 사대의 의리 아니냐?" 하면서 말도 안되는 즉흥구매를 행했던지라. 별로 크게 선택을 하지 못하던 처지였다.


그래도 80만원 가까운 거금의 핸드폰이었다. 난 원래 상거래에서 흥정을 안 하는 사람이다. 최소한 지금까지 살면서 일을 할 때도 그랬고, 다른 물건을 살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정도 금액에 해당되는 것이라면 당연히 그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직원들이 제시하는 가격이라면 이 가격이 모든 업계에 당연히 통용되는 비용이라는 생각 하에 가격을 지불한다. 난 그게 신뢰이자 공감대고, 그것이 경제활동의 가장 빝바닥에 깔리는 내용이라고 지금까지 생각해 왔다. 그런데 난 틀렸더랬다. 최소한, 핸드폰 시장에서는 그게 틀렸다.


나보다 훨씬 어린 내 부하직원들이 왜 그렇게 비싸게 샀느냐고 계속 말들을 하더라. 이 정도 가격이면 당연한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제 값 주고 사는 핸드폰]이 어디 있냐는 거다. 말 그대로 공시가격으로 사는 핸드폰이라는 것은 정보 어두운 노인들이나 아무 것도 보르는 직장인들이 어수룩하게 통신사 가서 사는 것이지, 요즘은 인터넷으로 그 절반 가격, 3/4 가격, 심지어는 공짜로도 번호이동으로 산다는 거다 (이쯤되면 필자가 얼마나 어수룩한지 알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의 반은 이런 빙신을 봤나 하면서 이 글을 읽고 있다)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원래 장사라는 것이 이문을 남기는 것이니까 어느정도 마진을 남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파는 핸드폰 가격이라는 것은 매장에서 파는 핸드폰 가격이라는 것과 너무나도 큰 괴리가 있더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매장에서 사는 것이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는 거다 (아니며 온라인이 밑지고 파는 거겠지) 그런데 내 주변의 대부분 젊은 친구들은 다들 그렇게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수리가 토끼 낚아채듯 타이밍을 골라가며 값싸게 핸드폰을 집어가고 되팔고 다시 갈아타기를 반복하더라.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인지 아니면 세상이 내가 아는 방향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닌지 알 도리가 없었다.


가장 짜증이 나던 것은 더 이상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거래하는 것이 아무런 장점이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사람이 같은 피조물을 대할 때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서 대화한다는 대전제가 이미 소용이 없더라. 어느 정도의 이문에 대한 암묵적인 보장을 하면서 진행되는 것이 상거래일텐데, 오히려 그것은 얼굴을 보지 않고 손가락으로만 의사표현을 하는 온라인에서 더욱 활성화가 되어가고. 정작 얼굴을 맞대서 사람들에게 물건을 구하러 오는 이들은 바보가 되어버리는 현상을 목격했달까.


아마 핸드폰에 국한된 이야기일 것이라고 믿는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정부에서 핸드폰에 대한 가격을 규제해서 더 이상 온라인에서 그리 쉽게, 오프라인에서 그리 비싸게 팔지 못하게 만든다고 제한을 걸어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이문을 정부가 알아서 메꿔주는 지 솔직히 이해가 안 간다. 내가 뭘 모르나, 하긴 이쪽으로는 문외한이지). 이윤추구를 정부가 정해주고, 오프라인에서는 소비자를 벗겨먹고, 온라인에서는 알아서 각자도생하는 것이 장땡인 시대. 


점점 시대가 가고 나이를 먹을수록, 개개인들은 이윤의 흐름에 대해서 알 수 없어질 것이다. 정보의 중앙에 위치하여 매일매일 변하는 이익구조를 접하지 않는 한, 언젠가 개개인은 사회의 흐름에서 멀어진다. 과거에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문제는 예전에는 몇 세대를 지나서 움직여야 했던 상황이 한 개인의 인생 속에서 몇 번을 바뀔정도로 세상이 급속하게 변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인간은 사람들의 바람보다 훨씬 느리고 둔감하며 적응하지 못하는 동물이다.


하여간, 나는 지금 그래서 여지껏 행해온 내 상거래 방식을 버리고 다른 인터넷 쇼핑몰에서 빤스 사는 것처럼 휴대폰 하나를 생각외로 저렵하게 구입하게 되었다. (사람들 말로는 내가 규제 전 끝물 탔다고들 하는데...솔직히 뭐가 끝물이고 시작물인지 알 수 없다) 이제 이게 고장날 즈음이 되면 그 때는 또 어떤 방식으로 거래를 터야 할까? 이젠 하나한 바뀌는 모양새가 슬슬 무서워지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난 사람들을 대면하고 핸드폰을 사는 일에 거부반응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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