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리저리 [죄]라는 것을 짓는다.
종교적인 담화로써의 문제가 아닌, 말 그대로 현실상황에서의 죄.
내가 어설프게 굴었던 행동으로.
내가 무심코 내뱉었던 말로
어쩌면 내가 아무 느낌없이 노려본 시선때문에

누군가는 상처받았을 것이고
누군가는 괴로와하거나 화를 냈을테지

다 [죄]아니랴.

사람은 원래 가냘프고 여리고 깨지기 쉬운 존재들일 뿐인데
누구는 허세를 부리고, 누구는 응석을 부릴 뿐.

어쩌면 나는 그들보다 더 많은 죄를 저질렀을 수도 있고
타인들은 나보다 훨씬 많은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고

누가 떳떳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떳떳하지 못하다.

빠삐옹의 앙리 샤리에르는 꿈에서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세상을 경홀히 보며 시간을 허비한 죄]

13번째 전사에서 이븐 파할란은 이렇게 기도한다
[ 생각해야 했으되 생각하지 않은 모든 것,
  말해야 했으되 말하지 않은 모든 것.
  행해야 했으되 행하지 않은 모든것을 용서하소서]

깡패만 세상의 밝은 빛을 두려워 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언제부터인가 나는 밝은 곳에 나가는 것을 싫어하게 될 지도 모르지. 원래 천성이 그러했으니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굴 원망하고 탓하랴. 세상은 어차피 시궁창에 가깝고 인간은 선(善)보다는 한없는 악(惡)에 더 가깝게 물들기 쉬운 존재다.
타는 불꽃을 향해 눈이 멀어 돌진하는 부나비처럼

읽으면서 괴로운 글이고 쓰면서도 괴로운 글이다.
타인에게 이런 글을 보여주는 것 역시 죄가 아닐까 싶다.

누가 하늘 아래 떳떳하게 고개를 들 수 있을까보냐마는

참으로 괴롭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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