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출신의 영화음악 작곡가로 코른골드의 동년- 아니면 바로 그 아랫세대에 해당하는 미클로스 로자는 상업적 창작과 순수창작 모두에서 성공을 거둔 몇 안되는 음악가 중 하나로 분류된다. 전형적인 후기 낭만주의의 관현악을 구사하면서도 바그너 풍의 등장인물 별 도입동기를 가져와 후대의 영화음악에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이다. 특히나 그의 절제되고 웅장한 대관현악풍의 음악은 지금까지도 회자대는 명작들을 '명작의 반열'에 오르도록 한 일등공신이다.
안그래도 이제나 저제나 한 번 미클로스 로자의 음반을 가지고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화창한 봄날, 미친듯이 한 번 질러보라는 지름신이 몰아닥쳐 그냥 충동적으로 이 양반의 음반을 하나 구매했다. 어차피 좋아하는 음악가라면서 음반 하나 없는 애호가라는게 말이 되나.
솔직히 내가 이 중에 본 것이나 익숙한 노래라고 해 봤자 [벤-허]나 [엘 시드] [왕 중 왕]정도였다. 다행스럽게도 이 CD무지막지한 3CD 안에 그동안 미클로스 로자의 대표작이라고 할만한 노래들을 컴필레이션격으로 때려넣었다. 22분에 달하는 스펠바운드 콘체르토를 실어놓는다던가, 바그다드의 도둑, 페도라같은 이제는 연주되지도 않는 상황이니 좋은 선택이었다.....
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
[벤허]의 테마를 듣는데 이거 내가 귀에 듣던 곡이 아닌 것이다. 엘시드의 노래도 내가 듣던 노래만 뭔가 차이가 있는데...아뿔사, 나중에 웹을 뒤져봤더니 미클로스 로자 음악 해석에 있어서는 최악이라고 말하는 리하르트 뮬러가 지휘한 노래가 수두룩 빽빽하게 들어있는 것 아닌가. 더 웃긴건 [엘시드]의 경우, 서곡과 메인 테마를 리하르트 뮬러가 지휘한 것과 엘머 번스타인(레너드 번스타인이 아니다. 7인의 신부를 작곡한 그 분)의 지휘곡이 같이 들어 있는데 엘머 번스타인의 곡 해석이 훨씬 매끄럽다는 것.
돈버렸다고 혼자 슬퍼하다가
기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한 번 들어보자고 마음먹고 하나를 더 질러버렸다.
소니에서 만들어낸 괴작CD, 벤허 스코어를 원작자 미클로스 로자의 지휘한 음반이다. 문제는 이게 2CD라는 것. 영화 하나에 들어간 노래가 무슨 2cd냐고 투덜댔는데, 이 음반은 첫 시작부터 끝날때까지 나온 음악을 고스란히 다 집어넣었다. 장면전환에나 나올 법한 10초짜리 변주곡까지 다 넣어 둔 음향소스에 가까운 버전이다. 덕분에 내가 기억하고 있던 장면을 음악과 함께 다시 감상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음악과 원곡과는 조금 다른 것도 있더라는 것도 확인하게 되었고.
결론: 지름질 함부로 하지 말아야 겠다. 영화음악 하나 듣는데 산 CD만 다섯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