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달 12일자로 나도 아빠가 되었다.

   이건 개인적으로 우주만큼 큰 일이니 소사(小事)라고 하기는 뭣한 감이 있지만, 현재 지구에는 초당 4명의 아이가 태어나고 있으니 범지구적으로 보건 국가적으로 보건 그리 큰 일은 아닐 성 싶다. 한 생명의 탄생이 계량화되면 정말 별 볼 일 없어지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거대한 수미산 같은 것이 떨어진 기분이다.


2. 아이가 쉽게 나오지 않아 난산을 거듭했다. 지금 뒷머리도 혹이 나오고 여기저기 구불구불하고 하여간 그렇다. 처는 이럴 줄 알았으면 제왕절개를 할 것을 그랬다고 후회하고, 이렇게 힘들게 낳고 돈이 깨질 줄 알았다면 태아보험을 들것을 그랬다고 후회한다. 뭐 어쩌랴. 인생은 원래 내가 빼먹은 과거지사에 대한 후회의 연속인데. 어쩌다 보니 내 첫 아들은 부부의 후회속에서 아둥바둥 탄생하게 된 꼴이다. 최소한 다른 사람들은 인생에 대한 회한을 나이 먹을 만큼 먹고 시작하는 법인데 내 자식은 아예 생득하고 있으니, 어찌보면 철 든 상태에서 커 나갈지도 모르겠다.


3.  이것저것돈 들어갈 일은 많고, 회사는 때려치기로 마음 먹고, 글은 제대로 써 지지 않는데 정작 집에 오면 아이때문에 쉴 수가 없으니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기운 나는 시절은 아니다. 아내는 아이를 보면서도 왜 울적해 하느냐며 우울해 한다. 하지만 이게 내 천성인 걸 어쩌랴. 기쁜 마음도 들지만 그 전에 내 주변 환경에 대한 긴장도가 점점 올라가는 것을 느끼게 되니 어쩔 수 없다. 난 어렸을 적에 서른이 넘어가면 인생의 나머지에 대한 고민이 대부분 풀릴 줄 알았다. 서른이 되었을 때는 마흔 정도 되면 반 정도 해결될 줄 알았다.


마흔이 되니 모든 것이 미련한 상상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4. 뭔가 계속 쓰고 끄적대는 것도 훈련이다. 10년을 한 길로 매진하면 최소한 그 분야에서 밥은 먹고 못 살지언정 어디가서 헛소리로 한나절을 제낄 정도는 되어야 한다.(그렇게 믿는다.) 그러면 뭐가 되었건 계속 쓰면서 나 자신을 연마하는 수 밖에 없다. 어찌보면 인생이란 게 이런 부질없고 기약없는 단순반복적인 행위가 모여 무언가 가치있는 것을 창조하는 행위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기를 바라며 늙어가는 것일지도 모르지. 내가 어찌 아나. 아직 마흔밖에 안 되었는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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