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작은 방 한담 2014. 2. 7. 00:33

나는 친구가 별로 없다.

원래 사회성이라는 것과는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몇몇, 정말 말 그대로 손가락으로 셈을 하는 선에서 끝나는 내 우정의 한계는 그래서 그런지 뭔가 모를 집착같은 것이 있다. 그리고 그들 하나하나에 대한 관심사는 결혼을 한 지금까지도 유효한 것 같다.


예전 젊은 시절에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 인생이 끝날 때까지, 어떠면 이 짦은 찰나의 순간 가운데 가장 영원하다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면

황금문자로 칠해진 내 인생의 유일한 부분 - 우정일 것이고 그것은 절대로 퇴색되지 않을 것이고 부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것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살고 있지만.



이제 우리의 삶은 부드러운 감촉이 다 하고 닳고 늘어붙어서 팍팍하고 거친 면들이 계속 나오고

가족이라는 또 다른 울타리로 내 삶이 둘러쳐지고

내가 꾸려가야 하는 삶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지 못하는 차안대가 씌워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끝까지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친구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 친구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도 풍문으로 들었다.

뭔가 해 주고 싶은 생각이 가슴 속에 있는데

내가 해 줄수 있는 것이 없고

이제 우리는 선의를 선의로 곱게 받을 수 없는 자존심이 있는 가장이 된 사람들이라는 것을 자각할 때


무언가 진심은 통하지만

그 진심이 전해지는 것이 슬프다는 것을 알 때


우정이라는 것 또한 사랑만큼이나 얄팍하고 부서지기 쉬운 것이라는 걸 보게 된다.

이건 단순한 상실감의 슬픔이라기보다는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아픔인 것 같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이

상실감보다 강하다는 것을

늘 깨닫고 깨닫는 순간


누구나 겪는 인생인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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