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작은 방 한담 2013. 12. 17. 09:54

무협의 클리셰, 무가의 격언으로 내려오는 말 중에

백일도(百日倒), 천일창(千日槍), 만일검(萬日劍)이라는 말이 있다.

도는 최소 백일을 수련해야 도의 길을 안다 하는 것이고

창은 천일을 수련해야 창을 잡는다 할 수 있고

검은 만일은 수련해야 검을 이해한다 하는 말이다.


각 병기의 운용에 대한 짧은 느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결국 기예에 대한 연습을 어느정도 해야 하는가를 함축적으로 말한 것일수도 있다. 도의 단조로운 공격법에 비해서 창의 길이와 회전에 대한 운용은 더 시간이 걸리며, 도와 창을 합해놓은 것 같은 양날무기인 검의 경우는 더욱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말이다. 연습을 하지 않으면 까 먹을 것이 많다는 말도 여기 포함된다. 연습이라는 것은 기술의 진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다듬고 닦아 놓은 지식과경험을 지속적으로 살리느냐 마느냐의 문제와 함께 하는 것이다.


연습을 하는 것은 퇴보를 막는 것이다. 이것은 세상 어디에나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나는 이제 여기까지만 하면 되니까 더 이상의 새로운 것은 필요없다 라고 느끼는 인생의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삶이 되었건 자기계발이 되었건 애정전선이 되었건 모든 것에 내가 한발짝 물러서서 쉬고 싶어하는 부분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요즘 글 쓰는 것이 느려지고 많이 게을러졌다.

회사 일이 바쁘고, 가정사가 바쁘고 짬을 내기 힘들다보니까 하고 나 자신을 자위해보지만

결국 연습 없는 답보는 정지상태가 아닌 퇴보를 가져올 뿐이다.


나는 노력을 해서 정상에 올라가는 [드래곤볼]류의 인생역정을 참으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인간이 시지프스도 아니고 매일 끊임없는 노력을 해서 두 손에 얻을 수 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되느냔 말이다. 하지만 정작 가만히 있다보면 남는 것은 하나도 없더라. 드래곤볼같은 성취는 못하더라도 돌멩이 하나라도 손에 쥐고 살아야 못을 박든지 남의 뒷통수를 후려치든가 하지 않을까 말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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