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작은 방 한담 2012. 12. 14. 22:02

많은 일이 있었다.


이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정리되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다. 

끄적거리던 소설이 출판제의를 받았다.

팀장이 되어서 회사에서 no.2가 되었다.

좋은 여인을 만나서 결혼을 앞두고 있다.


후반기에 갑자기 밀어닥치는 호운에 잠시 어리둥절해진다. 이것은 내가 어느 읍습한 뒷골목에 누워서 꾸는 백일몽이 아닐까 싶은 순간이 있다. 일생의 대운을 내가 맞은 걸까? 그 동안 혼자 절치부심하던 삶의 보상인가? 이것저것 상상해 본다. 하지만 눈을 뜨고 방에서 일어나 해를 보고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아파트 문을 열면 다시 나는 내 처지를 날카롭게 인지하게 된다. 이것은 실제상황이구나.


감사를 해야 한다. 세상의 누구나 나 정도의 노력은 하고 산다. 나 만큼의 질고는 다 겪는다. 그리고 나만큼의 슬픔과 고난과 절망은 모든 사람의 가슴에 다 옹이져 있다. 그런데 나는 모든 것이 순탄하게 풀리고 있다. 이것은 그저 축복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리라.


더불어 나는 한가지 단어에 천착한다. 호사다마. 

기쁜 일이 있으면 곧 슬픔이 몰려오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다. 사탕을 하루종일 입에 물고 있으면 볼이 아리게 되는 법이다. 언젠가는 모든 것들에서 행복이 옷감의 물 빠지듯 서서히 내 손아귀 사이로 빠져 나갈 것이다. 염려가 아니라 그것이 삶의 과정이며 순환이라는 것을 나는 값을 치르고 배웠다. 나는 그 때 과연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할까.


아무쪼록 그 날이 오더라도 과거의 생채기를 반면교사삼아 대범해지기를. 그리고 언젠가 다시 돌고 돌아 행복한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말기를.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인생 순환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고 순응하기를.


나는 내게 부탁하고 싶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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