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사람답게 사는 것이 목표였다. 많은 시간을 온전히 나를 향해 쓸 수 있기만을 바랬다. 시간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여겼다. 그리고 그것을 가져봤다. 확실히 이것은 여타 어떤 것들보다 인생에 값진 행위였고, 나는 그 안에서 무한한 안락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시일이 지나자 참으로 얄궃고 미천한 것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다. 돈이었다. 세상 만악의 근원이라는 것을 성경을 빌리지 않더라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법이지만, 마치 발바닥에 박힌 작은 가시처럼 금전적 핍절이라는 것은 내 신경을 부단히도 긁어대는 종류의 통증이었다. 맨 처음에는 견딜 수 있는 노릇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통은 점점 심해지고 신경이 날카로워져갔다. 어느 순간, 이 작은 고통은 수미산같은 거대한 고통이 되어서 나를 짓눌렀다. 그 때 나는 생각했다. 돈을 벌어야겠다. 돈이 있다면 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그래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일을 시작한 뒤 몇달간은 나를 짓누르는 고민이 사라진 것 때문에 행복했다. 사람답게 사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이 불가피한 인생살이는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시간의 자유를 모두 늑탈했다는 것을 느끼면서 또 다른 절망에 빠져든다.
사람이라는 것은 원래 모든 것을 가지면서 행복할 수는 없다. 시간을 가지고 있다면 돈이 없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며, 돈을 벌고 싶다면 인생의 주인이 내가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동물이 어찌 그러한가. 우리는 늘 그래서 슬프고 슬프다. 인간이라는 것은 한참 뒤 자신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을 지켜보면서 그 가증스러운 추함에 치를 떠는 짐승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거짓말을 하는 동물이지만 그 거짓말의 대부분을 자신에게 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