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같은 종족과 정말 많은 대화를 한다. 의사소통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생물을 있을까 모르겠다. 솔직히, 그런 종류의 이야기라면 돌고래정도로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인간은 정말 말이 많다. 이메일도 있고 문자언어도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을 한다. 왜 말을 할까.


심심하니까. 외로워서. 할 일이 없어서. 아마 이런 이유가 장황한 수다생물을 만든 원인 아닐까 싶다. 유희적 동물이라고 설파된 족속이다. 그러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나서 재미없는 이야기 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 건 참으로 고역이다. 그렇다고 만나놓고 내 할일 있다고 면상에 사람 앉혀놓고 책 보는 인간이 몇이나 되겠는가.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는 것이 일종의 노동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한, 사람의 만남이라는 것은 기본적인 유희의 일종일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전화를 통해서, 혹은 채팅을 통해서 쉴새없이 말을 주고받는 경우도 있다. 얼굴을 보지 않고도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 경우도 분명 존재하고, 그런 삶이 점점 늘어가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다. 전화는 몰라도, 채팅이라는 것은 업무나 시간의 흐름에 의해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유장하게 이어지는, 어찌 보면 시간을 유구하게 잡아먹는 기나긴 대화다. 사장이 보면 무척이나 싫어할 노릇이지만 그 빈도는 점점 늘어나지 않는가.


대화는 유희뿐 아니라 치유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말을 털어놓고 동정이나 감상을 얻어내는 것으로 사람은 건강함을 유지하는 듯 싶다. 


모든 사람은 상처를 받는다, R.E.M이 노래한 것처럼.


그래서인가. 나이를 먹으면 내 이야기를 할 사람이 줄어들고,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고르는 것이 가탈스러워진다. 알게 된다. 저 사람이 건성으로 내 이야기를 듣는지, 저 사람이 나를 귀찮게 여기는지 아닌지. 

실망함도 상처의 원인이 되는 세상이다.  누군가와 격의없는 대화를 하는 것을 절실히 느낄수록 그런 사람을 찾는 것이 점점 힘들어짐을 느끼게 된다. 결국 남는 것은 옛 친구들 뿐. 그리고 정말 마음 잘 맞는 극소수의 몇명일 뿐.


어느 순간, 대화할 사람의 숫자가 늘어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을 때, 그리고 지금까지 조금의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내 수첩에서 지워져 갈 때, 우리는 느낀다. 아, 더 이상 인생의 확장은 없구나. 나는 나이를 먹는구나.  


가을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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