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안 된 삶을 반추해보면 참 묘한 것이
내 주위에 사람이 끊긴 적은 없다.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왕래야 그렇다 치더라도
나는 내 집에 사람이 안 들어와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아무리 혼자 독거인처럼 행세를 해도 최소 일주일에 두세번은 집에 사람들이 들렀던 듯 하다.
문제는 그 대부분이 남자라는 것이다. 아마 비율로 따지면 0.000001% 정도의 여성이 오가긴 했지만 비율로 따지자면 지극히 미미하고, 하나던 둘이던 모두 사내들이 들고 나가는데, 그것도 일정하게 오는 사람들은 몇이고 늘 오랫만에 보자고 전화하고 들리는 사람들이 하나씩은 있더라는 거다.
사람이 사회적인 대중성을 갖춰야 한다고 하지만 내가 그렇게 인상 좋거나 붙임성이 좋은 사람들도 아닐진대 꼭 집 앞에서 전화하고 들어오는 사내들로 넘쳐났다. 예전에 부모님하고 같이 살 떄도 그러했다. 거 참 이상한 노릇이지.
아마도 내 주변에 있는 남정네들이 모두 정이 많고, 이 인간이 제대로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왔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지만서도, 최소한 문지방에 먼지가 쌓일 수준으로 살지는 않고 있으니 나름대로 사내들과는 돈독하게 지내는 삶이러니 한다.
살다보면 이제 그런 친구들에게서 소식이 온다. 돌잔치네 결혼이네 상사네 하는 이야기가 들려오는데 그럴때는 감연히 하던 일 다 때려치고 나가야 한다. 최소한 그 동안 쌓인 정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밖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집을 내 주고 그안에서 먹고 마시는 사람들이라면 그들과는 2차집단 이상의 관계를 유지하야 하는 것이 도리인게다. 그럭저럭 살다 보니, 내 삶이라는 것은 거미줄처럼 한없이 하늘하늘한 가냘픈 관계들이 종횡으로 묶어져,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내 삶의 제석망이 되어 있는 것이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좋은 관계 유지하는 것 참 좋은 일이다. 그 사람들이 언젠가는 내 삶에 중요한 일부분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인생살이다. 하지만 애초에 그렇게 이익을 기반으로 만나거나 목적을 공유하고 만나지 않고 그저 사람을 보기 위해서 온 사람들로 이루어진 관계가 주변에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내 삶에 가장 중요한 가치를 둬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들은 애초에 내 머릿속이나 내 손재주나, 내가 가진 어떤 것에 대한 흥미로 나를 찾은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 경홀히 여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은 길가에 떨어져 있는 보석들을 모아서 내 상자 안에 넣어두는 과정과 같다.
사람들의 평판에 의해, 사람들의 욕구에 의해 정련되고 닦여진 보석들을 모으는 삶이라는 것은 효율적이지만, 그것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의 방편일수도 있다. 내 보석상자에 담긴 것은 남에게 아무 가치가 없는 활석이나 황철광일수도 있는 노릇. 하지만 그것 역시 어딘가에서 수만년의 압력을 받아 돌로 빚어진 존재들일 터.
인생이라는 것을 어찌 타산적인 눈으로만 보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