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소굴

믿거나 말거나 2012. 8. 13. 22:58

얼마 안 된 삶을 반추해보면 참 묘한 것이


내 주위에 사람이 끊긴 적은 없다.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왕래야 그렇다 치더라도

나는 내 집에 사람이 안 들어와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아무리 혼자 독거인처럼 행세를 해도 최소 일주일에 두세번은 집에 사람들이 들렀던 듯 하다. 


문제는 그 대부분이 남자라는 것이다. 아마 비율로 따지면 0.000001% 정도의 여성이 오가긴 했지만 비율로 따지자면 지극히 미미하고, 하나던 둘이던 모두 사내들이 들고 나가는데, 그것도 일정하게 오는 사람들은 몇이고 늘 오랫만에 보자고 전화하고 들리는 사람들이 하나씩은 있더라는 거다. 


사람이 사회적인 대중성을 갖춰야 한다고 하지만 내가 그렇게 인상 좋거나 붙임성이 좋은 사람들도 아닐진대 꼭 집 앞에서 전화하고 들어오는 사내들로 넘쳐났다. 예전에 부모님하고 같이 살 떄도 그러했다. 거 참 이상한 노릇이지.


아마도 내 주변에 있는 남정네들이 모두 정이 많고, 이 인간이 제대로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왔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지만서도, 최소한 문지방에 먼지가 쌓일 수준으로 살지는 않고 있으니 나름대로 사내들과는 돈독하게 지내는 삶이러니 한다. 


살다보면 이제 그런 친구들에게서 소식이 온다. 돌잔치네 결혼이네 상사네 하는 이야기가 들려오는데 그럴때는 감연히 하던 일 다 때려치고 나가야 한다. 최소한 그 동안 쌓인 정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밖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집을 내 주고 그안에서 먹고 마시는 사람들이라면 그들과는 2차집단 이상의 관계를 유지하야 하는 것이 도리인게다. 그럭저럭 살다 보니, 내 삶이라는 것은 거미줄처럼 한없이 하늘하늘한 가냘픈 관계들이 종횡으로 묶어져,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내 삶의 제석망이 되어 있는 것이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좋은 관계 유지하는 것 참 좋은 일이다. 그 사람들이 언젠가는 내 삶에 중요한 일부분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인생살이다. 하지만 애초에 그렇게 이익을 기반으로 만나거나 목적을 공유하고 만나지 않고 그저 사람을 보기 위해서 온 사람들로 이루어진 관계가 주변에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내 삶에 가장 중요한 가치를 둬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들은 애초에 내 머릿속이나 내 손재주나, 내가 가진 어떤 것에 대한 흥미로 나를 찾은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 경홀히 여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은 길가에 떨어져 있는 보석들을 모아서 내 상자 안에 넣어두는 과정과 같다.


사람들의 평판에 의해, 사람들의 욕구에 의해 정련되고 닦여진 보석들을 모으는 삶이라는 것은 효율적이지만, 그것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의 방편일수도 있다. 내 보석상자에 담긴 것은 남에게 아무 가치가 없는 활석이나 황철광일수도 있는 노릇. 하지만 그것 역시 어딘가에서 수만년의 압력을 받아 돌로 빚어진 존재들일 터.


인생이라는 것을 어찌 타산적인 눈으로만 보겠느냐.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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