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믿거나 말거나 2012. 5. 10. 17:41

살면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잃어 버린 뒤에서야 사람들은 자신이 누려온 안락함이 무엇이었는가 생각해 본다. 마치 낚싯바늘에 입이 꿰어 뭍으로 건져진 물고기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물에 의해 호흡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단말마의 고통 속에서 깨닫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가정이 부서지고 신체가 부서지고 난 뒤에 그동안 나를 둘러싸고 있던 많은 행복들에 대해서 고민한 지도 벌써 4년이 지나고 5년에 접어든다. 그 동안 있었던 수많은 일들은 나를 핍절하게 만들 뿐, 곳을 채워주지는 못하였고 더불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은 심해졌으나 그것에 이르는 길은 점점 험해지기만 하였다.


삶이라는 것은 늑탈된 것을 복구하거나 욕망이 원하는 것을 약탈하거나 둘 중의 한 과정으로 귀결되어진다. 나는 후자였으나 어느 순간부터 전자로 돌아섰고, 전자를 충족할 가능성이 떨어지자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약탈하고 싶어한다. 삶이라는 것은 배고픔과 성욕의 총합이나 같은 것이다. 사람의 인생은 문자와 값진 예복으로 자신을 치장한 짐승의 갈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언젠가는 다시 나도 내가 전에 가졌던 것을 회복하며 즐거워 하겠지'라는 망상과 목표를 설정하고 오늘도 나는 그를 향해 움직인다. 하지만 해는 지고 길은 멀고, 이제 남은 삶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주위에서는 지치지도 않고 나를 다른 방향으로 몰고 가려 애 쓴다. 나는 고삐와 안장을 채워도 발을 떼지 않는 고집으로 버틴 삶이거니와, 그렇게 살아서도 안된다는 것을 얼추 알고 있지만 이제는 힘이 부친다. 그리고 이제는 이렇게 하는 것이 정말 내 삶에서 어느 방점을 찍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의구심마져 생긴다. 누군가가 이야기했다. 인생은 경주라고. 하지만 그 경주의 끝에 상급이 있을까? 그것은 모를 일이다. 그것이 행복일지 아니면 또 다른 목마름일지 나는 지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하루하루가 풍성하고 은혜롭지못하다면, 아니, 소소한 행복일지언정 뭔가 촉촉하게 나를 적셔주는 힘이 주어지지않은 채로 푸석푸석한 인생 항로를 얼마나 더 끌고 가야 하는 것일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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