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살기 위해서 밥을 먹고
소화기관의 열약함으로 인해 미각을 위한 식사는 곧 심각한 소화불량을 초래하는 바
별달리 음식에 대한 집착은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지만
어떨 때는 정말로 살기 위해서 밥을 먹는다는게 참 넌더리 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감기가 오랫만에 단단히 걸렸는데
독한 약을 먹기 위해서 밥을 먹어야 하고
밥이 떨어져서 쌀을 씻고, 반찬이 떨어져서 남은 김치 다 넣고 찌개를 만들고.
그 와중에도 몸은 열이나서 욱씬욱씬 거리긴 하는데
어차피 결혼하건 누가 옆에 있건 이 상황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내가 아픈 건 개인이 온건히 담당해야 할 사안이고
아픈 건 극복하기 위해 약을 먹고 그 전에 위장을 보하기 위해 밥을 먹어야 하는 것도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밥을 해 줄까?
그런 건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것저것 합해보면 그냥 지금의 삶이 죽 이어진다고 봐야 하는데
사람살이라는 게 별다르게 뒤어난 감흥으로 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P.S)
지금도 어딘가에는 아파서가 아니라 배가 고파도 밥을 못 먹는 사람이 전 세계 인구의 반이 넘을 것이다.
그 사람에게는 밥을 먹기 위한 행위 자체가 나하고는 전혀 다른 인생의 과정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