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리성 여행을 끝나고 난 뒤에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고 이제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약도를 보고 간 곳이 슈리성 건너편에 있는 타마우돈이라는 곳이었다. 우동가게가 아니다. 슈리성 왕들이 대대로 묻혔다는 일종의 납골당이다.


(오키나와에서 내내 사 먹은 블루실 아이스크림. 베니이모(고구마) 아이스크림은 이렇게 보라색이다. 참고로 오키나와 고구마는 껍질까지 다 가는지 고구마 관련 상품은 모두 벽자색이나 자색계열이다. 맛나다. 많이 먹음 방귀가 나온다.)

 


하여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무덤이라고 해서 가 봤는데

나 말고 아무도 없다.

그냥 장려한 돌로 된 납골당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참고로, 아래 박물관 기념실에는 돈을 내고 보는 유료코스가 있지만 한글로 써 있는 건 없으니 안 들어가도 무관하다. 발굴된 토기같은 유적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아마 타마우돈이 유구국이 아닌 일본의 왕릉이었으면 대우가 달랐을 것이다만...정말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작다.


 

 이걸 다 본뒤에 고민에 빠졌다. 이제 뭐하나? 
내친 김에 국제거리까지 보고 그 유명하다는 오키나와 스테이크나 먹고 들어가 자자...라는 결론에 이르러 오키나와국제거리에 들렀다가 들어가기로 했다. 

(가다가 맘에 들어서 찍은 거리...난 이런 작고 깨끗한 골목이 좋더라.)
 
2.
국제거리라는 게 뭐 국제적이라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간, 오키나와가 미국에게 태평양전쟁때 쌀밥이 미음이 될 정도로 뭉개지게 포탄을 두들겨맞고 쫄딱 망했을 때, 1년만에 다시 활기찬 시장통을 만들어낸 전설의 거리라는 풍문을 들었다. 미군들의 물자가 들어오니 그럴수도 있었겠지만 가슴아픈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참고로 오키나와는 스팸이 시장 내에 많이 굴러다닌다. 그것도 미국스팸.
 
모노레일 마키시역부터 현청 사이의 직선 1km구간이다. (기적의 1km라고 불린단다) 하여간 거기 가면 우리나라 인사동과 이태원 고깃집이 짬뽕된 기이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여기저기 스테이크집도 많고 인파들도 북적거린다. 그런데 하나 말하자면...스테이크가 절대 싸지 않다. 일본여행갈 때 모스버거나 규동으로 한 끼 1000엔 이하 식사를 고집하던 내게 3000엔에 육박하는 스테이크는 말 그대로 처절한 낭비. 게다가 7-8시의 황금시간대에는 관광객들이 알짜한 스테이크집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혼자 여행다니는 외토리 여행가에게는 별반 즐겁지 않은 광경이다. 그나마 한적한 곳에서 대충 하나 얻어먹고 왔지만...고기 먹으러 오키나와 까지 가는 식도락가는 없기를 바란다. 차라리 국제거리 곳곳에 붙어있는 예전 재래시장통을 돌아다니는게 더 재미있다. 막상 국제거리까지 도달해서 저녁을 사 먹은 때에는 아무런 힘도 없어서 사진도 찍지 못했다.  아아 고달픈 도보여행...

하지만 그 때는 몰랐었다.
오키나와에 도착한 첫 날이 내가 보낸 오키나와 여행 중 가장 알찬 여행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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