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우여곡절 끝에 오키나와로 출발하게 되었다. 그냥 남쪽으로 죽죽 내려가다보니 오키나와다. 꾸벅꾸벅 아침에 설친 잠을 보충하고 있는데 스튜어디스가 밥을 준다. 정말 기내식으로 나오는 밥은 사양이지만 이상하게도, 기내식은 다 먹게 된다. 이것도 항공료에 포함이야! 라는 강박관념의 소치이다. 하여간 그렇게 해서 더부룩하니 소화가 안 되는 배를 움켜쥐고 오키나와에 내렸다. 오키나와의 현 수도, 나하시다.


(동무들, 인민의 낙원에 오신 걸 환영합네다. 젠장)

저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내 뒤로 보이는 국제선 청사는 정말 국내선 청사에 부속으로 딸려있는 화장실만 하다. 오키나와는 국내선 터미널이 어마어마하게 큰 대신, 국제선은 여객기 트랩도어도 연결 안 되는 하꼬방이다. 비행기에서 계단차가 와서 붙으면 터덜터덜 내려와서 셔틀버스 타고 국제선 터미널에 떨어지는 과정을 겪는다. 
어쩔 수 없는 것이, 국제선이 직항으로 오키나와에 들어오는 것은 4개노선인가 밖에 안 된다. (아시아나 용썼다....) 대신 국내선 터미널에는 일본의 방귀좀 뀐다는 대도시에서 다 비행기가 집합한다. 특히 3월말 4월초가 되면 일본 고등학생들의 과반수 이상이 오키나와로 수학여행을 온다. 국내선이 커질수 밖에 없다. 국제선 고객이 떨거지 신세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어쨌거나, 오키나와 시내로 들어가는 모노레일도 국내선 청사에 연결되어 있다. 국제선에서 오른쪽으로 걸으면 국내선 청사가 보인다.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다. 엄청 크거든...)


국내선 청사에 붙어있는 나하 모노레일은 바보라도 찾을 수 있다. 길다란 레일이 뻗어있는데 안 보일 수가 없다. 하여간 국내선 청사2층으로 들어가서 나하 모노레일을 타면 된다. 보통 1일무료 패스가 2012년 현재 600엔이다. 나하공항이 종점역할을 하기 때문에 모노레일을 나중에 타더라도 길을 찾는 것은 쉽다. 공항도 이걸로 오는게 제일 낫다. 나름대로 나하 시도 출퇴근에는 러시아워가 있다.


그리고 나하공항의 반대쪽에는 [슈리죠], 즉, 유구국의 옛 궁궐 수리성이 종점역할을 한다. 슈리역과 공항역이 양 끝에 위치하니 길 찾기는 정말 쉬운 편이다. 그리고 모노레일 중간에 있는 아사히바시 역부터 마키시 역 사이의 1km가까운 직선 대로가 오키나와 제일의 번화가 [국제거리]이다. 그냥 이것만 알아도 하루나 이틀은 모노레일만 타고 놀 수 있다. 난 신도심 오모로마치에 있는 다이와-로이넷 호텔에 자리를 잡았다. 오모로마치에만 있는 DFS(duty free shop)1층에 토요타 렌트카를 빌리기 쉽기 위해서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왜 렌트카를 빌렸는지 모르겠다. 그냥 버스타고 돌아다닐걸. ㅠㅠ

(이곳이 DFS...그리고 정면에 보이는 것이 호텔건물)

사진만 보고, 우와 우리으리한 거대호텔이구나...생각하면 오산이다. 다이와로이넷 호텔은 굉장히 공격적인 확장을 하는 일본 호텔 체인점이다. 하지만 비즈니스텔이 기본이라는 것. 저 빌딩은 8층까지는 일반빌딩이고 9층부터 호텔이 시작된다. 그러니까 사진에 보이는 높이부터 호텔이라고 보면 됨. 게다가 호텔 입구는 빌딩의 오른편에 쪽문으로 나 있었다. 털레털레 트렁크를 끌고 빌딩 정문으로 들어가니까 멍때리며 놀던 회사 직원이 "호텔입구는 나가서 옆입니다"라고 친절히 가르쳐 주었다. 나같은 놈이 한 둘이 아니었던 듯. 하여간 그렇게 해서 호텔에 체크인을 했는데.

호텔체크인은 2시부터란다. 그래서 트렁크만 프런트에 맡겨두고 덜렁 짐만 꺼내서 슈리성을 구경하러 나갔다. 간단했다. 모노레일을 다시 잡아타고 반대편 종점까지 가면 되니까.

(젠장, 그런데 역에서부터 도보로15분이여...ㅠㅠ)

(슈리성 편은 다음에...)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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