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간극

투덜투덜 2012. 1. 20. 01:09
[이해한다]라는 말처럼 위선적인 말도 없을 것이다.

개인과 개인의 삶에 있어서 한 개체는 다른 개체와의 공간을 극복하기 힘들다. 유기체는 그 하나로써 정당하게 독립되어 있으니, 그 하나의 유기체를 내가 온전히 통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해한다는 것이 단지 거죽의 움직임이나 그가 한 행동의 인과관계를 따져서 그 시작과 끝을 판별하는 것이라면 맞는 말이겠거니와, 그 [이해]라는 것이 그 사람의 심리적 상태의 총합까지 알아야 사용가능한 단어라면 어느 누구도 상호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 나를 이해해줄 사람을 찾아다닌다. 그 사람이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보고 내 마음을 읽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흔치 않고, 찾는다 해도 내가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공간을 메꾸기 위해 우리는 오감을 사용하고, 그 오감을 사용해서 친목을 만들고 애정을 갈구하고 만나고 헤어지고 싸우고 질투한다. 하지만 온전하지 않다. 온전하지 않기에 충돌이 있다. 늘 공간에는 아무리 서로가 접해져도 메꿔지지 않는 호말의 간격이 존재한다.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는 간극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왜 이해받고 싶어하고 공간을 줄여보려고 하는 걸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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