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내서 커피수업을 듣고 있다.
나름대로 유명한 분 밑에서 수업을 듣는 중이다. 상당히 자유분방하게 가르치는 분인데 어디 얽매이지 않는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특화된 커리큘럼보다는 그런 자연스러움이 훨씬 좋긴 하다.
아직까지는 잘 모르지만, 그리고 내 삶의 방향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교수법에 있어서는 인간적인 면모와 유대가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는 괜찮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양반은 너무 인간적이다.

"사람들은 이상한 게 있어요."

가끔 하는 말이다.

"커피  잘내리거나 유명한 사람들 있잖아요. 사람들은 뭔가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말이죠. 그 사람이 완성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다고 생각해요. 숭배를 하죠. 어떤 분야에서 완성이 되면 그 사람의 인격이 완성된다고들 생각하나봐요. 아니예요. 커피바닥에도 유명한 사기꾼들 많아요. 장인의 경지에 올라도 성질 더러운 사람 많아요. 저도 성격 별로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오해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죠."

배우라는 커피에 관한 이야기는 귀에 잘 안 들어오고 저런 이야기만 귀에 들어온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화가던, 가수던, 소설가던, 건축가던.
어떤 분야에서 일반의 격을 넘어선 사람들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그들의 가진 기예의 극(極)에 도달한 결과물에 의해 감동을 받는 것이지
그 사람에 의한 감동을 받는 것은 결코  아닌 것이다.

그럼데 우리는 가끔 그 결과물을 그 사람의 전인격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갖곤 한다. 동양적인 사상일까?
내가 가끔 쓰는 말중에 문여기인(文如其人)이라고 글과 사람이 같은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엄밀히 따지면 이것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글 잘 쓰는 놈중에도 인간성 개차반인 놈들 많지않은가.
노래 잘 불러도 엉망인 인간들 많고, 연주자 중에 미친 놈  많고, 요리 잘하는 놈들도 개잡종인 놈들 많다.
 
도덕적으로 고양되는 과정은 지루하고 소득없는 수련의 결과물이라고 생각된다. 특별하게 시간을 들이고
자신이 생각해야만 사람이 야수에서 인간으로 정화되는 것이지. 하루종일 음표보고 도마 위에서 칼썬다고
어느 순간 완성된 인격체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혹은 어느 날 자고자만하며 살다가 크게 한 대 맞은 뒤에
스스로에 대하여  준열한 반성을 갖게 되는 인생이 되던가. 

바꿔 말하면
사람들에게 보일 실력만 충분하면 내가 인격적으로 모자란 놈이라도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소리가 된다.

이게 무서운 일인가아니면 흥겨운 일인가? 
우리는 모두 모자란 위인들이니 위안이 될 법한 소리겠지만
과연 그렇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라는 자문을 했을 때는
어떻게 대답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 갈팡질팡 하게 된다.

에전같았으면 사람답게 살자 했겠지만 살면 살수록 인생의 꽃밭은 줄어들고 돌밭만 늘어나지 않는가.
Posted by 荊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