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swan (2010)

見.聽,感 2011. 3. 21. 11:37


먼저, 난 이 영화를 절대 몰입해서 보지 못했다는 말부터 해야겠다.
영화의 내용이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복도 건너편 줄에 앉아있던 여인네가 극장 안에서 쉴새없이
핸드폰을 깜박거리면서 문자질을 하는 통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저주있을 지어다 너, 정신빠진 여자여!
하여간 그 덕에 난 정서적 교감이 일절 차단된 상태에서 영화를 관조적으로 감상할 수 밖에 없었다.

영화의 기본 틀은 언뜻 보면 [욕망과 파멸]이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희구, 없는 것에 대한 열망, 그리고 그 야망의 완성을 위한 희생 정도랄까.

하지만 멍하니 보고 있자니 영화의 주제가 전혀 다른 것이 되더라.
[각성과 회복과 성취]일 수도 있엤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주인공이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객의 기본적인 틀을 어디에 놓고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순진무구하고 가냘픈 소녀로써 촛점을 맞춰야 할 것인가.
아니면 순진무구하고 가냘픈 소녀로 키워지도록 종용받은 마녀로 봐야 할 것인가.

나는 극 초반부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 그 망할 휴대폰녀가 계속 깔짝대는 덕에 나탈리 포트만과 휴대폰녀를
거의 1:1의 비율로 장면전환하며 보고 있었다. 그래서 나탈리 포트만이 여리여리하게 나오더라도 기분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극 초반 주인공에 동화되지 않은 탓인가? 그래서 그런지 백조에서 흑조의 연기를 원하면서 오디션을 보는 나탈리 포트만의 모습은 딱 그거였다.

[포텐셜이 터지지 않은 색녀]

뱅상카셀의 느글느글한 연기도 연기지만, 자꾸 장면들을 보면서 발레영화가 아닌 쥐스트 자킨의 [O양의 이야기]가 떠오르더란 말이다. SM조교스러운 면이 이리저리 보이는데 그때 머리를 스치는 생각은 딱 하나.

"아, 저 아이 몸 속에 숨은 불꽃이 터지겠구나. 원래 그렇게 태어난 거야. 천골천음지체란 말이지!"
 
그 생각이 들면서 그때부터 영화가 경황없이 휘몰아치면서 막판까지 사람을 쫙쫙 쪼면서 달려간다. 내가 누구인지 알았다면 나를 막는 것들을 없애야 하는 거 아니랴.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데, 나중에 절명의 카타르시스까지 가면서 엔딩이 내려올 때, 개인적으로 나는 깨달았다.

저 마지막 표정은 딱 그거로구나. 오호라 통했구나. 색즉시공, 공즉시색. 남자가 여자랑 잔 다음에 머리가 명경지수처럼 냉정해지면서 담배무는 딱 그 느낌이로구나. 드디어 저 아이는 마지막에 자기가 누구인지 아는거다. 라는, 지극히 형이하학적이면서도 관념적인 느낌이 들었다. 망할놈의 핸드폰녀, 너에게 감사하야 할까? 

뭐랄까, 아르노프스키 감독이 들으면 굉장히 화 내겠지만 고급에로에로영화를 하나 보고 나온 기분이 들었다.


p.s) 그런 생각을 갖게 한 것은 아무래도 마법사 로드발트와 나탈리 포트만의 엄마가 자꾸 겹쳐져서 그런 것 같더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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