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처음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누구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서 시작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냥 내가 즐겁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다.
내가 상상하던 일이 구체화 된 서술의 형태가 되어서 시각적 묘사와 심리적 묘사가 들어간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알지 못하는 강박관념 속에서 짐이 되고 있었다. 아무런 글을 쓰지 못하고 있던 순간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마 글쟁이로 사는 건 힘들것이라는 단념이 맘 속 깊은 속에 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세상에 글을 보여주기 시작하면 찬사와 비평이 같이 들어온다. 둘 다 마음에 짐이 된다. 어떻게 써야 한다. 이렇게 써야한다 라는 나름대로의 강박관념이 생기기 시작한다. 강박관념이 생기면 걱정이 생기고 걱정이 생기면 일을 멀리하게 되고 일이 멀어지면 관심이 사라진다. 그렇게 일은 시들해지는 것이다.

오늘 우연하게 J.D 샐린저가 한 말을 접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서 글을 쓰는 것이 글을 쓰는 이유다." 
이것은 당연한 명제이다. 그는 죽을 때까지 은둔해서 뭔가를 썼다. 작품을 발표할 성 싶더니 2010년 정월에 죽어버렸다. 뭘 쓰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뭔가 쓰고 있었다. 그는 즐거웠을 것이다. 머릿속에 까맣게 잊어버리고있던 공간에 다시 불이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그렇다. 내가 좋아서 쓰는 거 아니었던가.

어슐러 르 귄 여사는 [어둠의 왼손] 서문에 이렇게 쓰고 있더라.
"자기 안에 있는 신이 자기의 혀와 손을 사용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면 그들이 아는 것은 뭐란 말인가?"

그렇다.
모든 것은 그런 것이다.
한 때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것들에서 스스로 즐거움을 빼앗기지 마라.

짐을 지우는 일은 굳이 찾지 않아도 세상에는 흔하니 네가 좋아하는 일을 [일]로 만들지 말라.

아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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