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오래 살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내 삶의 반은 살아버린 것 같다.
가끔 뒤를 돌아볼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앞만 보고 달려간다 하더라도 내가 성취해 놓은 것이 미비하다 느끼고, 그동안 투자해 온 인생의 길이 하염업이 길기만 했다고 생각된다면 누구라도 뒤를 돌아보기 마련이다.
등산을 하다가 뒤를 보면 까마득한 평지가 보인다. 그럴 때는 기분이 좋을 것이다. 내가 여기까지 올라왔구나. 정상에 올라가면 더 넓은 곳을 보게 되겠지. 하는 심리가 작용할 것이다. 사람들이 산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려다 보기 위해서다. 자기 위에 하늘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기를 바래서 아닐까.
하지만 인생에서 뒤를 돌아본다는 것은 무언가 내 삶이 지쳤거나, 뭔가 잘못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대부분이다. 사실, 삶이라는 것은 등산하고는 천양지차라서 되돌아 내려올 수 없는 것이다. 그냥 끝까지 가야한다. 가다보면 길이 이 곳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렇지만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깨닫게 된다. 그 상황에서 뒤를 돌아보는 것은 자신에 대한 원망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거쳐온 삶들도 별로 화려하지는 않았다. 삶이 즐겁다기 보다는 늘 무언가에 쫓기면서 살아왔다. 여유라는 것을 늘그막에 누리려고 젊은 시절을 바쁘게 보내는 거라 생각했지만 나이를 먹고 나니 늘그막에 먹고 살 것이 없기에 젊은 시절을 바쁘게 보내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결국, 여유라는 것은 삶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막의 신기루 같은 존재였던 모양이다.
지금 그래서 이 자리에서 곰곰히 생각해 본다. 과연 앞으로도 그렇게 살게 된다면 젊은 시절을 뒤돌아보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그냥 하루하루에 매몰되어 살다보면, 그나마 위인전에라도 올라갈 만한 성취가 아닌 담에는 나나 저이나 다를 바 하나 없는 삶일텐데. 그렇다면 그냥 내가 지금 편하게 있는 것이 훨씬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 차라리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여유를 갖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늙으면 인생은 속도가 더욱 빠르게 붙을 테니까.
그나마 반쯤 왔을 때 이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뒤돌아보는 것이 어느 정도 효험이 있다고 해야하나.
아직 잘 모르겠다.
반이나 살았는데도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인생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