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이후로 글을 쓴다는 게 버거워졌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식욕이 왕성해서 맨날 밥그릇을 깨끗하게 비워내다가
어느날 갑자기 밥을 먹는다는 것에 대해서 물린 기분이랄까
그래서 수저를 떠서 입에 넣어도 이걸 씹는 둥 마는 둥
대충대충 씹어 삼키고 상을 물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마 실망 반 나태 반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짜증 조금 (두려움이 만성화되면 짜증이 되는건가)
이런 것들이 합쳐져서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것 같다.
그나마 누군가가 그때그때 유캔두잇 힘내라 간바레 기모찌(앗 이건 아니다)해 주면
그걸 밑천삼아 글을 쓰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냥
'어디서 기술이나 배워보는 게 어떠냐'라는 말이 주야장천 5.1채널로 듣고 있으니
낙담을 안 할래야 안 할수가 없는듯 하다.
그 덕에 냉철해지긴 했다.
지렁이도 아닌데 이대로 흙파먹다 죽을 것이냐. 그럴 수는 없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부쩍부쩍 늘면서 현실적 고민쪽으로 몸과 마음이 쏠리고
그러다 보니 생각하고 계획하고 이것저것 보아뒀던 글감들은
하루 이틀 조금씩 뒤로 미뤄지고
미뤄지면 먼저 미뤄놨던 순서대로 조금씩 뇌리에서 사라지며
어느날 문득 잃어버린 생각들을 다시 복기하지 못함을 알았을 때
다시 현실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낙담으로 돌아가는
일종의 엔트로피의 쳇바퀴를 돌고 있다.
이럴 때 훌쩍 떠나라고 만들어져 있는 것이 여행이라는 것일진대
그렇게도 못 하겠고.
흐음.
어쩔까나.
잠시 미뤄둘까.
근데 난 너무 나이를 많이 먹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