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두마리가 집에 있다.
어쩌다 들어왔는지 다시 생각을 복기하려고 해도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방 거실에 배를 깔고 둘 다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태초에 시간이 생성될 때 부터 거기에 있었다는 듯한 표정이다.

이런 망할놈들.

한 마리가 있을 때는 그나마 집 안에 생물 하나 있다는 셈 치고 별 신경 안 썼는데
두 마리가 되자 이 두 생물이 나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지들끼리 놀더라.
그리고 미묘한 경쟁관계.

누가 더 많이 먹는가
누가 더 잘 노는가
누가 더 힘이 센가

따위의 10대 고삐리들이나 할 법한 짓을 고양이 두 마리가 하고 있다.
전능하신 사람님의 입장에서 아래를 내려다 볼작시면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는데
지들 딴에는 굉장히 치열한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다.

다른건 모르겠다.
그런데 식탐에 경쟁이 붙었다.
미친 놈들처럼 사료를 처먹는다. 지들 주머니에서 돈 나가는 거 아니라 이거지.
내가 조금 덜 먹으면 저 놈이 더 먹는다는 얄쌍하고 기괴한 피해의식이
두 마리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모양이다.
배가 터지도록 처 먹고 처 먹고 또 처먹는다.

어제는 자고 일어났더니
화장실 바닥에 사료를 토해놨더라.

내가 고양이라도 토했을 것이다.
설사 내가 핫도그 먹기 지존 고바야시라고 해도
너희들이 처먹는 것처럼 먹다가는 식도부터 위장까지 담을 수가 없었을 거다.

탐욕이라는 건 혼자 있을 때 생기는 게 아니다.
누군가 옆에서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게 하고
저 자가 나의 것을 늑탈한다고 여기면 없던 욕심까지 생기고
종당에는 내가 수용하지 못할 정도의 탐욕이 나를 망치는 것일게다.
 
어제부터 그래서
그냥 사료를 푸대기로 그릇에 부어놓고 나왔다.

미친놈들처럼 먹고 또 한 번 토하더니
오늘부터는 그냥 배 깔고 사료 근처에는 가지 않더라.

둘 다 아무리 먹어도 안 줄어들자
소유에 대한 욕심도 줄어들었나보다.
역시 흔해지면 가치가 떨어지는 법인가.

아마 저 두 놈은 또 다른 경쟁할 것을 찾아내겠지.

인간같으니라고.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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