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아가는거지

투덜투덜 2010. 8. 7. 13:59
어린 시절
반찬투정하고 있으면
아버지가 물끄러미 보다가

어느순간 불같이 화를 내며 
(우리 집안은 화가 나면 도화선에 불 붙었다가 터지는 화약하고 비슷하다)

"야 이 자식아 지금 이디오피아에서는 쌀 한 줌 못 먹고 굶어죽는 애들이 숱한데 지금 뭔 짓이냐!"
하면서 낼름 먹으라고 채근을 하셨다.

배부르면 남기는 것이 차라리 몸에 낫다는 집안도 있긴 하지만
우리 집안은 그거랑 반대였다. 고래로 쌀 남기는 놈은 천벌받을놈...뭐 아직 이런 분위기라.


2.
고양이가 양양대길래
[유기농]이라고 써 있는 캔 하나를 따서 주었다.

물끄러미 냄새를 맡아보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양양~거린다.

"야 이 자식아, 지금 길바닥에는 쓰레기도 못 먹고 굶어죽는 길고양이가 천진데 뭔 배부른 소리냐!"

성질내는 걸 알았는지
시무룩~하니 땅바닥을 쳐다보다가 지금 캔을 열심히 먹고 있는 중


3.
닮아가는거지.
어린 시절 배운대로.


Posted by 荊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