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운운 어쩌고 하더니 정말로
출근도 안 하고 집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다.

어저께 오후부터 배가 살살 아파서 집에 일찍 들어왔는데
그나마 바깥보다 집이 좋다는 걸 몸이 알아챘는지 그냥 퍼저버리려고 마음먹었나보다.

내 생리적인 현상이야 내가 제일 잘 안다.
난 그냥 풀어두면 녹아버리는 스타일이라
늘 고삐잡듯이 몸을 끌고 다녀야 안 아픈 사람인데
정작 마음은 놀며지화자를 외치고 있으니  그것도 쉽지 않아.

스티븐 킹의 샤이닝을 사서 집에서 읽고 있는 중이다.
혼자 세상과 단절된 채 글을 쓰다가 미쳐버리는 작가의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를 일고 있으니 겁이 덜컥 나서 누군가를 만나서 놀아야한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

나이를 먹으니 이제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뭔가 기대심리가 작용하는 모양이다. 순수의 시대는 끝난 걸까? 순수함에 기대치가 더해지면 세상물을 먹었다고 이야기들 한다. 그냥 보면 좋은 사람을 만나보고 싶지만 그건 참으로 요원하고 불가함을 소망하는 신기루 앞의 여행자가 되는 기분이다.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고 좋은 인연이 올 거이라고 주위에서도 이야기하고 나 스스로에게도 묻는다. 하지만 과연 그런 날이 올까. 가다가다 안 되어 포기하고 그냥 주저 앉은 곳을 내 스스로 자조하고 자족하며 [이것이 내 소산이고 내 좋은 날이고 좋은 인연이로세]하며 살아가게 되지는 않으려나?

앞날에 대한 미래의 희망감과 불안감이 반반인 나이는 지난 모양이다.
확실히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두려움이 커진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지킬 것도 별로 많지 않은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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