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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2 동네가게 4
내 주위엔 늘 마트를 놔 두고 동네 가게만 돌아다니는 아가씨가 있었다.
이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만 하여간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동네가게만 이용했다. 
지금은 멀리 과천바닥에 살아서 아직도 그런지 모르겠다. 가끔 코스트코 가자고 전화하긴 하는데 
가서 사는게 먹거리가 아니라 소방호스나 지렛대같은 걸 사고 있으니 여전히 동네 가게를 이용할 것이라 믿는다.

왜 동네가게에서 사냐고 물었더니 그 아가씨 왈, 
"동네에서 장사하는 사람 것을 팔아주는 것이 당연함"이라고 말했던 것 같다.

어리석기만 했던 당시의 나로써는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도 몰랐거니와, 그 녀석이 말하는 [당연함]이라는 것은 단순한 동정이나 베풂에서 나오는 호기심인 것일까 하는 정도 생각에 국한되어 있었다. 사실 물건을 사는 것에 있어서 그 이상의 생각을 하면서 구매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적]인 상황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빠르고 간편하게 살 수 있으면 그만이고, 내 선택영역을 보다 좁은 공간에서 해결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더군다나 요즘 마트나 백화점만큼 쾌적한 오락공간은 또한 어디 있는가.

그러던 생각이 최근에 들어서야 바뀌기 시작했다.
가급적이면 마트를 가지 않고, 동네 가게들을 들르기로 마음을 정했다.

별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유통력을 무기로 들어오는 대형자본의 후안무치함과 선진국의 배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천한 대한민국의 법령따위를 문제삼고 싶지도 않다. 단지 나는 내 앞의 가게들이 [동네에서 장사하기 때문]에 팔아줘야 겠다고 생각이 바뀐 것 뿐이다. 저들이 다른 곳에 사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저들이 장사하는 곳은 내 동네이고 저들은 하루의 2/3이상을 나와 함께 사는 동네 주민이기 때문에 사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것은 동정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있던 관계가 무너지는 현실을 요즘 목도한다. 돈 앞에 역사와 대의와 법령이 무너져내리는 막가파의 마모니즘을 2009년 대한민국에서 목도한다. 돈 앞에 사람들이 무너진다. 
합법적인 파업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불법으로 바뀐다. 사용자연봉까지 들러붙여서 만든 평균연봉9000이라는 말 앞에 대중들은 질시에 눈이 멀어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소리치는 형국이다. 이럴때 우리는 침묵해서 찬동하던지 아니라고 항변해야 한다. 항변하는 방법은 단 하나 뿐.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내가 잡아야 내가 산다는 것을 깨닫는 것 뿐이다.

정작 내가 오늘 사 들고 온 것은 마늘 한 봉에 사이다 한 통, 하지만
나중에 그 녀석을 만나거든 그 [당연]하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한 번 더 물어봐야겠다.

p.s) 그런데 다음에 만날 때도 코스트코에서 만날 성 싶은 느낌이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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