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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05 Oh, 오바마 3
영화 [딥 임팩트]를 보다보면 갖가지 인간군상들이 나와서 이리저리 휴먼드라마를 만들려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시퀀스들을 만들어댄다. 그래봤자 별다른 감흥이라고는 오지 않았고, 아버지와의 불화를 연기한 티아 레오니의 미모에 더 맛이 가 버려서 (사실 연못에서 산신령이 나와서 [티아 레오니]와 [스텔라 테넌트]를 대동하고 나오면 난 아마 평생 고민하다 연못가에서 굶어죽을 것이다.)  "아버지하고의 화해는 그만 하고 어여쁜 자네나 어떻게 좀 살아 봐!"하다가 영화가 끝이 나 버려서 머쓱해져버린 기억이 있다. 아니...정확히 말하면 그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사람은 티아레오니가 아니다.

모건프리만.
미국 흑인 대통령이 재난을 극복하고 다시 같이 살자고 연설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보면서 냉소가 아닌 썩소를 날렸던 기억이 난다. 미시시피에서 흑인 바베큐를 해 먹던 인간들이 언제 무슨 이유로 까닭없이 유색인종을 대통령에 올리겠단 말이냐? 아주 작가가 신이 나서 마지막에 육자배기를 틀었구만. 이런 식으로 비웃으면서 말이다. 솔직히 모건프리만 정도 되는 페이스의 진중한 흑인대통령이라면야 누군들 환영하지 않겠느냐마는 그 보이지 않는 벽을 누가 뚫고 들어간다고 말인가. WASP의 그 강력한 방어막은 유태인들도 뚫어내지 못했던 난공불락의 철옹성 아닌가.

그런데 오늘. 미국인들이 내 썩소에 원펀치 쓰리강냉이를 날리는 일이 발생할 중이야.
바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유색인으로는 첫번째로 그것도 흑인으로.
아, 살다살다 이런 일을 다 보는구나.

어쩌면 마틴루터 킹의 [I have a dream]에 더욱 가까이 다가간 감격스러운 날이 될지도 모르지만 교황청 마지막 예언처럼 세상의 종말리 다가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은 궁지에 몰리고 절박해지면 두가지 성향을 보이는데, 하나는 냉철한 분석 후에 지금까지 자신이 왔던 길을 과감하게 돌아서 다른 선택을 하던가 아니면 과거의 추억을 원천삼아 더 강한 집념으로 현 상황을 같은 방법으로 돌파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후자를 선택한다. 왜냐하면 지나온 시간이 보장한다는 [개런티]가 있고 심신의 적응이 훨씬 빠른 길이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생각없이 열심히 사는 것이 훨씬 값지게 보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돌아온 길을 과감히 팽개치고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여 성공한 것을 보면 꼭 경험이 지혜의 산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한다.

우리가 노무현을 뽑았던 때나 오늘 미국인들이 오바마를 택한 것이나 별다른 차이점이 없을 듯 싶다. 대중들의 선택은 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니까. 변화하느냐 돌진하느냐.

우리는 지난 5년간 변화하기를 바래왔지만 실제적으로 국민들이 원했던 것은 200년간 이어진 권력계층을 갈아엎는 미국식의 변화가 아니라 그냥 내 살림살이가 하나 변했으면 좋겠다는 지엽적인 발전의 문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계속 돌진하고 있는 상태인지 모르겠다. 고굉지신의 탄환에 의해 스러진 독재자의 정신이 아직까지도 우리들의 혈액속에 꿈틀대며 용솟음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난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임진왜란으로 이미 왕조의 생명이 끝난 조선왕조가 300년이상을 더 지탱했던 것에는 우리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거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본다.

아, 그러나 저러나 오바마.
우리 대통령하고 손발 맞추려면 상당히 고생하고 말을 좀 골라서 해야 할 것이네.
천당에 있는 자를 지옥까지 끌어내릴 수 있는 권세를 가진 언론이 대한민국에는 존재한단 말이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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