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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4 광대를 비판하는 것은 하늘일 뿐 4
원래 동서양을 막론하고
맛간 왕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것은 충신이 아니었다.

물론 충신들도 직언을 한다. 그러다 연산군 시절 판내시부사 김처선처럼 화살 멀티샷에 칼질까지 당하고
처참한 꼴로 죽는 게 보통. 충신치고 오래 사는 사람은 없다. 충신이라는 것은 명신(名臣)과는 다른 족속, 현명하다기
보다는 세상의 이치를 그릇된 왕에게 전달하는 위인들인데 그게 가능하겠나. 공자 제자 자로를 보라.
왕에게 사람이 할 짓을 강요하다가 잡혀서 육포가 되었다.  은나라의 충신들은 어찌되었나? 달기를 멀리하세요 하고
주왕에게 간언하다가 기둥에 묶여 불타죽었다.
권좌란 그런 것이고 충신은 그렇게 줄어든다. 그럼 결국 주위에 남는 건 뭐? 그렇지. 간신.

그럼 왕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인간이 없나? 있다. 있지만 말로 할 수는 없으니 몸으로 때운다. 아니면 은근슬쩍 썰을 푼다. 그게 광대와 작가들의 일이다. 자고로 왕들은 그런 두 부류의 직업군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인내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기분은 가끔 나빠도 지속적인 유흥은 제공해주니까. 
그리고 가끔은 이런 빈정댐을 듣고 순식간에 각성해서 명군이 된 [진짜 사나이]들도 역사에 있단 말이다.
그래서 광대와 작가는 하늘이 내린 면죄부를 갖는 족속이라는 것이다. 천상의 까임방지권이랄까.

광대와 글쟁이들을 권력자가 살려주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천한 신분] 덕인 것도 있었으리라. 미천한 놈들이 시정과 가끔 궁중 안마당에서 떠드는 것 즘은 [나는 관대하다]식으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어차피 저들은 성골도 아니고 진골도 아니고 양반도 아니니까. 가끔 민중을 격동시키긴 하지만 불평불만은 태고적부터 늘 존재해 오던 것 아닌가?  저것들도 먹고 살아야지. 암.

그래서 남사당들은, 탈춤들은, 굿거리들은 늘 반항적이다. 그 마당들을 살펴보면 체제순종형인 것은 거의 없다. 그것이 광대들의 기본이다. 실생활에 순응하는 삶에서 무슨 카타르시스가 나오겠는가? 높은자를 찬양하고 부를 찬양하는 것은 [막장 드라마]라고 하지 [작품]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원래 웃음이라는 것은  비하하며 왜곡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인용하자면
"비극은 선인을 모방하는 데서 출발하고 희극은 악인을 모방하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것중에 소름끼치는 진리가 있는 것이다.
"나라가 잘 살면 TV에서 비극을 많이 해 주고 나라가 어지러우면 코미디를 많이 해 준다"

이런 고로, 광대들이 많이 떠드는 동네에 내가 살고 있다면 뭔가 생각을 해 봐야하는 거다.
난 왜 이렇게 즐거운 동네에 살고 있나? 하면서.

그런데 그런 광대들도 권력에게 두들겨 맞는 나라가 몇 군데 있다.
아쉽게도 우리도 거기 속하는 것 같다.

광대가 권력에 두들겨 맞는 이유는 딱 하나다.
관객들이 광대의 개그를 이해 못하거나 광대의 개그를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권력자의 [관대함] 대신 권력만 남아있는 꼴이라는 것이다.
그냥 깐죽대는 것 같으니까 광대의 직업이 보이는게 아니라 가면 뒤의 인간이 싫은게지.

이건 깡패의 논리다.
임화수가 김희갑 두들겨 패던 전통이 군사정권에 물려지고 나름대로 트랜드가 되어서 그냥 이어지는 거다.
한심한 뫼비우스의 띠.

물론 지금은 연예인들이 광대라고 부르기에는 선망하는 직업이 된 지 오래다만...
그 속의 흐름은 역사 그대로 아닌가.
이러다가 끝없이 광대들이 쫒겨나고 들어오는 전통이 생길지도 모른다. 어떤 세력이 정권을 잡던간에.

난 개인적으로는
광대와 무당과 작가는 하늘이 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심판은 하늘에 맡겨야 한다고 믿는 다분히 신비주의적인 성향이 있다.
놔두면 하늘인 민중들이 알아서 판단하지 않을까나.

...하긴 여기 글을 쓴다고 뭔가 달라지는 것은 없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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