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 않은 삶이지만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들에 대한 호오의 기준이 세워진 터이다. 

각자 많은 기준들이 있을지언정 세상사람들의 기준이나 나의 기준이나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이란 원래 이기적인 동물이요, 그들이 모여사는 것이 사회이니 사회에서 만나서 호감을 갖는 방법이라는 것이 결국 이기적인 둥물 사이에서 지켜야 할 일종의 도리같은 것이다. 바꿔 말하면 사회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이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내 개인적인 기준으로 가장 좋아하는 부류는

시간이 아무리 지나고 처지가 바뀌더라도 흰소리 아쉬운소리 아무때나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이것은 내가 그 사람을 신뢰한다는 것이요. 신뢰한다는 것은 아무리 처지가 바뀌더라도 저 사람이 나에게 다른 마음과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다.


반대로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은

언제봐도 자기 속내 먼저 챙기고 아쉬울 때만 연락하고 자기 편하면 생까는 부류의 인간이다. 그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속성인 [이기심]을 극대화 시켜 일신의 평온만을 추구하는 것이요, 나 또한 다른 사람에게 언제 저렇게 보일까 주려워 전전긍긍하는 터이니 이것을 가리켜 선조들은 [염치]라고 불렀다.


하물며 개인의 삶이 이러한데 국가의 삶이나 단체의 삶이 또한 다르랴.


북한이 계속 욕을 처먹는 이유가 자신의 보전을 위해 국제 사회의 규약을 조변석개하면서 무력시위를 일삼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저 시장패의 왈짜나 하는 짓이요 자신의 평안을 위해 타인을 겁박하는 짓이니 사해평화에 호말의 도움도 되지 않는 집단인 법이다. 체제유지를 위해 타국민들을 괴롭히니 세계 제국의 눈총을 받고 제재를 받음에 하나 억울함이 없다 할 것이다. 



그런데 근자 우리 나라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나라의 법이 있고 외교의 도리가 있는 법인데 자신의 정치적 처지가 위태롭다 하며 전직대통령의 비밀외교문서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파렴치한 말종들이 생겨났다. 외교라는 것은 엄연히 혀로 하는 검투요, 그 안에 수많은 책략과 모사가 춤추는 법이건만 어줍지 않은 율사들인양, 철부지 신학자인양 함의가 산더미같은 대화록을 문자주의로 해석하며 멋대로 유추하여 전혀 다른 사달을 만들어내니, 이것이 어찌 다 성장한 어른들의 짓이라 할 수 있단 말인가?


더 큰 문제는 나라의 정치를 어지럽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서 사람들 사이에 통용되는 기준이나 다름없는, 외교가의 묵언을 깨 버리고 만천하에 비밀을 까발리는 작태를 보인 정치가들이다. 이것은 천하 각국에 '우리는 당신네들과 이야기할 때 더 이상 비밀을 준수하지 않을 것이오'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우리는 북괴와 대화할 때만 이럴 것이고 다른 나라와는 그렇지 아니하오"라고 항변해봤자 그게 타인에게 받아들여 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바꿔서 생각해보라. 돈꿔가서 안 갚는 놈이나 알던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이건 저 인간에게만 하는 일이고 당신과는 하지 않아"라고 말해봤자 그 말을 실제로 믿는 놈이 누가 있단 말인가?

"말이야 저러지만 인간의 근본이 애초에 틀렸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법 아니랴. 세상 이치가 이와 같고 국가간의 위치가 이와 같다.


결국, 이번 사달은 그나마 이어지던 외교가의 염치를 벗어던지고 대한민국이 천하의 건달에 왈짜요, 수틀리면 판을 엎어버리는 불한당국가라는 명함을 얻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정권은 나라를 양아치로 만들었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가진 자들이

이런 일을 벌였을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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