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병자호란이 끝난 뒤 죽은 수 많은 유생들의 호를 보면 눈에 띄게 많이 나오는 별호가 있으니
그것이 대명처사라는 호이다.
청나라가 병자호란을 일으키고 전란의 참화를 우리가 당하였으니 그 분노가 오죽했으랴.
청나라라면 이가 갈리는 게 당연지사였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대명처사라는 호를 썼던 선비들을 보면
그냥 혼자 비분강개하다가 다 명산대천을 떠돌며 벼슬도 하지 않고 죽었다.
간혹 대명처사라는 호를 썼던 이 중에 북벌에 관여하고 국치를 풀 실제적인 힘을 기르려던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냥 산 속에서 이 죽일놈의 세상 하면서 일생을 마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비분강개한 내용은 청나라가 조선을 쳐서 우리가 핍절하게 고생했다는 것이 아니고,
하늘같은 명나라를 오랑캐놈들이 먹어치웠다는 것에 대한 분노이다.
그러면서 남긴 말이
[청나라의 해가 아니라 명나라의 해이다.]
[청나라의 땅이 아니라 명나라의 땅이다.]
이러면서들 갔다는데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참으로 희한한 노릇이다.
조선반도에 조선인으로 태어났으면서 죽을 떄까지 명나라의 충신이라고 자신들을 자부하였고
자신들을 백의숙제라고 생각하였다.
그래놓고 유랑하다 죽은 건 조선팔도 땅이라.
지금 와서 그들의 글을 읽어보면 뭔가 결의에 찬 의분을 읽을 수는 있는데
참 어이없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것이다.
자기 나라 열조는 생각도 안 하고 중국땅 왕조가 엎어지는 걸로 대성통곡을 하고 자빠졌나.
후세에게 이런 욕 먹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다들 돌아가셨겠지.
그런데 이게 꼭 그 시절 이야기만은 아닌 것이
태극기하고 성조기 구별 못하는 인간이
천하에 깔린 것을 지금도 목격할 수 있지 않은가.
나름대로 그들도 충의와 도덕과 의기가 서려있을 터.
개인적으로는 뭣하러 이 좁은 조선반도에서 그러고 사는지 알 도리가 없을 다름이다.
사람이 의기를 품었으면 당연히 그 땅으로 갈 것이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