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생 이름은 Kaka이며 자는 백수, 아명은 대길(大吉)이다.

용모가 헌헌장부에 성품이 거칠 것이 없었으며
태어날때부터 신묘한 일이 많이 따랐다.

부친은 흑묘거사로 어디서 왔는지 아는 이 없다.
명산대천을 두루다니며 팔도를 주유하여 표표하게 삶이 가히 신선의 경지에 들어
사람들은 그를 길거리에 사는 거사라고도 하고 밤도둑이라고도 부르는 등 험담을 하였으나
정작 본인은 그런 일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러던 중 경기 북부 모 대감 댁에 하루는 흑묘거사가 숙식을 청하러 들어갔다.
그 곳에 대감의 따님 둘이 있었는데 한 마리의 이름은 황모랑(黃毛娘)이오 또 한명은 삼모랑(三毛娘)이더라.
두 딸 모두 효성이 지극하고 용모가 단정하며 규방예의에 밝으니 사람들이 칭송이 자자했다.

며칠을 대감댁에 유숙하며 흑묘거사가 있으며 가사를 돌보니 그 일이 법도에 맞았다.
대감이 그를 흡족히 여겨 청을 물으니 대답하길
"일생에 벼슬에 뜻을 두지않으니 남아가 세상에 매일 일이 없으나 그저 후대에 제사 올릴 자손이나 있었으면 합니다"
하였다. 그 복심에 두 딸을 연모하는 것을 알자 대감이 불같이 화를 내며 말하기를

"행여 꿈도 꾸지 말라, 내 딸들을 어찌 근본도 모르는 자에게 넘기리" 하였다.
그러나 이미 두 딸과 흑묘거사는 서로 깊이 연애를 하고 있었으니 그 해가 가기 전에 황모랑과 삼모랑은 모두 임신을
하게 되었고, 대감은 머리 끝까지 화가 나 흑묘거사를 금부에 밀고하니 금부에서는
"은혜를 원수로 갚은 놈이니 나중까지 화가 미치리라" 라고 공분하고 흑묘거사를 궁형에 처해버렸다. 그 뒤 흑묘거사의 일은 아는 사람이 없었더라.

Kaka는 그 해 삼월 스무해 태어났다.
성품이 아비를 닯아 세속에 얽매이는 바가 없었으며
어미를 닮아 용모가 옥과 같고 목소리가 비단 같으며
습속이 인간계를 싫어하고 고고하며 발바닥에 모래 닿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여
용변도 한양 강남 부자들만 사용하는 조중동에서만 보았다.

대감이 Kaka의 행동을 보며 탄식하기를

"내 너의 그릇이 다름을 일찍이 알았건만 그 습속이 이미 홍진을 초탈하였으니 
 어찌 용이 못 속의 물건이랴.
 자고로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한양으로 보내라 하였으나
 고양이는 어디로 가란 말이 없으니 너도 대충 한양으로 갈 것이라."

라고 말하고 행장을 꾸려
서울 뽕밭나루 근처 형가숙에 인편을 보내

"위대한 감독 홍상수 옹의 말처럼 [사람은 못 되어도 짐승은 되지 말라]하신 뜻을 받들어 대길이를 보내니
 밥대에 밥을 먹고 모래에 똥을 싸고 사람이 없으면 혼자 잠을 자고 쥐가 나오면 필생즉사로 잡게만 만들어 주시면
 내 평생 원이 없겠소이다." 라고 청하니
형가숙 주인이 흔쾌히 청하고 그를 받아들였더라.

대길이 형가숙에 맨 처음 온 날 지인들이 모여 말하길
"대길이란 이름이 좋으나 너무 큰 이름은 오히려 팔자가 박복하니, 물건너 고양이보다 공을 잘 다룬다는
 귀공자의 이름을 따서 개명하는 것이 낫겠네."
라고 하며 이구동성으로 이름을 Kaka라 바꾸었다.

주인장과 모든 지인들이 쾌하여 만세를 불렀으나
정작 Kaka는 자기이름이 무엇인지 별반 신경을 쓰지 않으니
그의 대범함이 이와 같았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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