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꿈을 꾸는 자는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수 많은 위인들의 명언이 있었지만 서설한 저 말이야말로
몇 안되게 가슴을 불태우는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앙드레 말로, 소설가. 그리고 자기가 쓰는 글에 부끄럽지 않게 스스로를 실천의 땅으로 몰고 간 혁명가.
이 사람이 고고학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가 그의 불꽃같은 필봉을 휘둘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안다.
아시아로 맨 처음 여정을 떠났다가 그곳에서 중국의 환경을 보고
그의 이름과 함께 영원히 남는 걸작 [인간의 조건]을 남겼고,
스페인 국공내란이 일어나자 펜 대신 총을 들고 프랑코정부에 대항해서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2차대전때는
조국 프랑스를 위해서 정규군으로 참전을 했다.
가슴이 이상으로 불타는 사나이의 전형이다.
스페인 국공내란은 어찌보면 역사적으로 가장 특이한 사건중 하나이고, 가장 로맨틱하고, 가장 처절하고 가장 인간다운 것과 비인간적인 것이 섞여있는 환경이라고 생각된다. 전세계의 지식인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공화파를 지지하며 스페인에 모여들었다. 어네스트 헤밍웨이, 앙드레 말로, 파블로 네루다, 조지오웰등 당대의 기라성같은 인간들이 펜 대신 총을 잡고 독재자와 싸웠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아시리라. 피카소의 [게르니카] 한 폭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인간의 욕망과 타락의 집합체는 사람을 학살의 대상으로 전락시켜버렸다.
(영화 [랜드 앤 프리덤]을 보면 그 개괄을 짐작한다던데...꼭 구입해야겠다.)
평생을 제국주의에 저항해서 싸웠고, 말년 드골정권시절에는 알제리 독립을 주장하다가 프랑스 과격파에게 집이 날아가고 손녀까지 비명횡사한 인물 앙드레 말로. 그의 투쟁기는 결국 도도한 역사가운데에서 사람이 어떠한 포지션으로 사는 것이 가장 인간다운가를 보여주는 사례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의 저 격언 자체가 달리 보일지도 모르겠다. 평생을 골방에 앉아서 글만 쓴 글쟁이가 저런 말을 했다면 좋은 말이네~ 했을 법하지만...그의 삶을 관통해서 살펴보면 저것은 일생을 투쟁속에 살아온 그의 신념과 희망이 들어있는 말이라고 해석할 도리밖에 없다.
p.s)
앙드레 말로를 가지고 인터넷을 뒤지다 보면 조선일보의 예전 사설이 나온다.
앙드레 말로의 일생을 지지하는 척 하다가 나중에 국공내란으로 공화파가 죄없는 양민을 학살했다는 둥, 앙드레 말로는 그래서 자신의 이상을 잃었다는 둥 하는 논조로 스리슬쩍 양비론을 몰고가는 사설. 아마 그 당시에는 그러려니 하고 읽었던 것 같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이렇게 유취만년한 글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을 포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나도 똑같이 더럽다에서 출발하면서 숯검댕을 스스로 입에 처바르는 일일진대.
아무리 내가 빈한하고 꼬질꼬질하고 더럽고 야비하고 속물같은 놈일지라도 꿈을 끝까지 버리지 않으면 그 꿈에
한자락이라도 만져볼 수 있으리라 희망해본다. 그것만이 내가 지금의 나에게서 한 걸음 더 나가고 옷을 벗어던질 수 있는 길이라고 믿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