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날

투덜투덜 2010. 2. 20. 01:34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볕 좋은 날
아무 생각없이
아무 동행없이
그냥 걸어갈 수 있을 만큼
내 발이 허락하는만큼
죽 걸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침에 해가 떠서
저녁에 질 때까지
그 짧디짧고
장구한 시간동안
내 그림자 하나 벗삼아서
해가 걸어가는 만큼
나도 죽 걸어갈 수 있었음 좋겠다

해가 지면
사람은 쉬고
해도 쉬고
내 생각도 쉬는데
혼자 마음만 뛰어노는 것이
참으로 보기 안스러웠다

그래
해가 들지 않는 방에서
하루종일 앉아있으니 그런거야
그래서 정작 집에 가서
창밖을 열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마음이 탈이 난 게지

계속 해를 보면서
몸에 충분히 햇살 그득 찰 때까지
걷고 걸어보는거야
그러면서 토닥토닥 
마음을 달래주면
알아주겠지
내가 그러고 싶지 않음을

햇빛이 올라오는 길에
혼자 가만히 걸으면
어느 순간
내게 
내 마음이 이야기하겠지

이제 괜찮아
집에 가자
아마 그러겠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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