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하더라도 나는 근 미래 외에 다른 곳으로 갈 것인지 모르겠다. 하물며 학력고사장같은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꿈에도 없다. 지금의 지력이 그때보다 낫다고 말할 수도 없거니와 아마 지금 다시 그 문제들을 보면 돌아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생활 할 때 힘든 일이 있으면 [그래도 군대시절보단 낫다]는 위안이 있었고
군대생활 할 때 힘든 일이 있으면 [그래도 고3시절보단 낫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리턴해서 고3이라니.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2.
어차피 뒤바꿀 수 없는 것이 사람의 한 번 사는 인생이고, 일단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것이 인생이며,
해답을 알았을 때에는 제출기한을 넘겨버리는 것이 인생이지만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한 번에 결정지어지는 일에 참으로 익숙한 것 같다.
once in a black, you never go back이라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사회도 없는 듯 싶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아마 많은 것,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고
이 나라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
불란서의 바깔로레아 정도는 아닐지라도, 대입에 철학문제 주관식을 써 놓는다면 과연 시험양상은 어떻게 될까?
지금의 내 나이에서도 정답을 낼 수 없을 것이다. 어차피 정답이라는 것도 없고, 내 삶의 스펙트럼도 넓지 못하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것을 나는 사회에 나와서야 배우기 시작했는데
정작 필요할 때는 아무도 그것을 가르쳐 준 사람이 없었다.

난 인생이라는 것은 나보다 먼저 산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벼락치기 노트]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듯 싶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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