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이 내 인생에 올 것이라 믿지 못하던 시간이 왔다.
2021년이라면 나는 이제 근 오십을 앞에 두고 있는 나이이다.
너무나도 오래 살아온 나이다. 이제 무엇을 더하고 더 이루어야 하기 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감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은 늘 부족하다고 여기는게 사람인지라 여기서 뭘 빼야 하는지를 찾아보라 한다면 갈등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아들과 딸이 생겼고 가정이 있고 오래 된 차가 있고 전세집이 있다. 이제 전세는 세월의 귀퉁이로 넘어가는 제도가 될 것 같으니 남아있는 것은 사람과 쇳덩이이다. 이 중에 가장 먼저 처분될 것은 자동차일 것이다. 10년은 아직 안 되었지만 몹쓸 주인의 우격다짐 주행에 여기저기 크고 작은 상처들이 가득하다. 그 다음은 장성하여 떠나갈 자식들일 것이고 그 다음은 얼마 안 남아있을 내 육신일 터인데
이것들 모두를 처분하려면 아직 시간은 조금 남아있을 듯 싶다. 돈은 애초에 가져본 적이 없으니 논외의 물건이다.
이제 그나마 모든 것을 덜어놓을 때 하나 가졌으면 하는 것이 있긴 하나
그것은 애초에 내가 원한다 하여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때가 맞아야만 가질 것이니
그저 하늘을 바라보며 맘을 편하게 먹어야 할 것인데
그런 마음은 어디론가 가 버리고 조급함만 남았다.
2021년이 오면 나는 도를 얻을 줄 알았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