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리성 밑둥치에 세워진 오키나와현립 예술대학. 슈리성은 종전 후에 대학교로 사용된 적이 있다는데
슈리성은 유구국의 도성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경복궁이나 창경궁같은 스케일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아기자기 잘 짜여진 산성과 같은 모습이다. 그렇다고 일본처럼 천수각 하나에 집중된 군사시설의 성은 아니고 중국식의 성과 일본식의 성이 묘하게 짬뽕된 느낌의 성이다. 성벽과 대문은 굳건하니 높고, 수많은 문으로 연결된 성벽이 있으며 그 가운데에는 넓은 정전이 마련되어 있다. 나름대로 특색이 있는 문화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는 소노한우타키시몬. 예전에 국왕이 행차하면 이 문쪽에서 남은 사람들이 국왕의 안녕을 빌었다는데...이 문은 그냥 쪽문이다.
슈리성의 최상층부 도착, 저 붉은 문을 지나면 작은 광장이 있고, 그 안에 있는 도 다른 붉은 대문을 지나야 왕이 업무를 보는 대전과 정전이 나온다. 그런데 거긴 유료관람....여기까지 왔으니 그냥가긴 뭐하고 유료관람 실시하기로 했다. 한국사람은 아무도 안 보이고 모두 일본 열도에서 몰려온 할머니들...
...2차대전때 다 폭격으로 박살나고 지금 만들어 놓은 것은 사료를 토대로 만든 레플리카거든.
안내하시는 분께 카메라 부탁하면 잘 찍어주신다. 옥좌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있지만 눈 버릴 것 같아서 내 얼굴은 차마 못 올려놓겠다.
이곳을 구경하고 나면 슈리성의 메인 관람은 끝. 이곳을 지나서 돌판을 잇대어 만든 고대 유구왕족의 오솔길을 걸어서 카페를 들러 시원한 차 한 잔 마시는 것이 오키나와 관광의 기본 코스로 되어 있지만 난 그리 가지 않았다. 사실 카페에 들려서 사내 혼자 차 마시는 것도 뭐 같고 오키나와 관광의 기본 코스튬이 청바지에 브라운 레자 자켓+선글라스였기 때문에...조직에서 딸려나가 오키나와에 도망온 야쿠자처럼 보일 것 같아서 그냥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다.
누가 뭐라 하건, 슈리성은 일세를 풍미하던 왕국의 도성이다. 도성의 성벽에서 바라보면 푸르른 바다까지 나하 시내가 한눈에 다 들어온다. 청명한 햇살이 들어올 때 성에서 바라보는 유구국의 영토는 참으로 장관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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