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투덜

버릇

荊軻 2010. 1. 19. 00:06
뭔가 심란하면 술먹듯이 글을 써댄다.
전전반측(輾轉反側)이라고 한다. 고등학교입시공부 중 배웠다가 아직도 까먹지 않는 한문이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지만 잠은 오지 않는다. 머리는 자야한다고 소리치지만 가끔 가슴이라는 놈은 스스로 따로 둥지를 틀어놓고 가마솥에 불을 지피는 모양이라, 아무리 누워있어도 피곤한 몸과는 반대로 정신에 계속 에너지를 공급한다. 한없이 끝없이 황망하게 이어지는 생각에 생각. 그리고 그것에 이어지는 생각에 생각.

생각은 꿈으로 이어지고 꿈은 다시 꿈속의 일상으로 이어지며 그 일상에서 나는 다시 되돌아갈 꿈을 꾸고 그 소망이 현실로 이루어지기 위해서 현실과 같은 노동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니 잠만 못할 정도로 피곤하다. 모든 것이 이렇게 이루어진다. 자는 것이나 깨어 있는 것이나 결국은 마찬가지가 된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것인가.
해답이라는 것은 없다. 사람에게 마땅히 주어진 해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일찍이 경험했던 같은 증상에 대한 다수의 해결책이 존재하지만 그것이 꼭 정답은 아니다. 사람은 천하에 편만하나 모든 이가 같지 않다. 누구도 뭐라고 조언해 줄 수 없다. 오직 그것은 시간과 때와 장소의 문제이고 나와 타인과 또 다른 천하의 문제이다. 이럴 때는 그냥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절대로 해답을 줄 수 없는 것을 아는 타인과 대화를 해야한다. 그렇게 둘이 대화를 하며 날을 밝히고 지난한 말들로 생채기를 누덕누덕 감싸다 보면 어느 샌가 동녘에 해가 뜨고 나는 피곤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해가 뜨면 생각은 가라앉고 차분해질 것이다. 그럼 가슴이 아닌 머리로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살다보면 다시 무언가 좋은 방법을 생각하거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거나 무엇인가 또 다른 것을 가지고 앞으로 나가게 될 것이지만

지금은 밤이라 해가 없고 가슴에 생기를 불어넣는 달이 있고
이성을 날려버릴 술이 있고 누군가 붙들어줄 정인이 없다.

어서어서 해가 떠서 날이 밝기를 삼경에 소원하나니
나는 애오라지 조막만한 인간인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