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 한담

2009년 7월 19일 일요일의 소사

荊軻 2009. 7. 19. 19:01

1.
벌써 장례식이 5-6번입니다.
제가 바빠서 가 보지못한 건 빼고라도
올 해 들어 대여섯차례 문상을 가고 있습니다.
그것도 다 친한 후배들 부모님의 문상입니다.

오늘도 후배 아버지가 가셔서 문상을 다녀왔습니다.

느껴지는 것은,
점점 타이머가 빨리 돌아가고 있다는 것만 느껴집니다.
언젠가는 저에게도 폭풍처럼 들이닥칠 것입니다.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2.
장례식장에서
10년만에 안 보던 후배 하나를 만났습니다.
애증이 교차하더군요.

눈을 마주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리 큰 일도 아닙니다.
인간사에 큰 일 따위가 또 뭐 있을까요.
오히려 옆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 불길이 더 꺼지지 않습니다.

나중에 올라오면 술이나 한 잔 하자 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닙니다만
더한 일을 당하니 참 별 것 아닌 일이 되어버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디다.

인간사라는 건 참으로 장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광대질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3.
사실은
며칠동안 혼자 끙끙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늘 하던 일이지만
[사람(신)을 믿는 것]과 [사람답게 사는 것]과 [사람(신)에게 기대하는 것]에 대해서
혼자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닙니다.
그냥 스스로 계속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켜켜히 묵혀지다가
최근 돌아가는 여러 정황들이 기폭제가 되었던 것이겠지요.

그냥 사람보기가 싫어져서
연락을 끊고 있었습니다.
(사실 어느 누구 전화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게 그거죠.)

다음 주까지는 아무와도 연락않고 살 작정이었습니다만

가끔
아주 가끔은

하늘에서 벼락이 내리꽂히듯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는 일들이 존재하긴 합니다.

억수로 비가 퍼붓던 어제저녁
비가 별로 안 온다며 천연덕스럽고 급작스레  집에 놀러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준 후배 부부의 기나 긴 대화.

이 후배는 늘 무언가
홀로 괴악하고 자학에 가까운 결정을 내리기 직전에
항상 나타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같은 녀석입니다.

결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질문한 자는 후배였으나
저것은 내가 내 스스로에게 구하고자 했던 답이었음에 대해
감사할 다름입니다.




4.
이국 타향에서 보내온 석줄짜리 편지여.
글자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는 경험이라니.
내게는 가뭄에 소나기 같은 글이었구나.

요즘같은 때
놀러오면 밥 사주고 술사준다니
내 꼭 한 번 가 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