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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에서 조공으로 팔려갔던 기씨 처자가 황제의 눈에 들어 기황후가 된 뒤에 갑자기 바뀌게 된 고려의 위상 (씨발...이게 자랑인가. 하긴 전엔 사위의 나라였다지.) 덕에 문물의 교류가 많아지자 당시 역관들에게 원나라 생활중국어 교범이 생겨났다. 이것이 [박통사]라는 것이다. 이 책은 나중에 계속 증보 번역되어서 조선시대에도 역관들의 TOEIC교재가 되었다. 읽어보면 별 말 없다. 헬로 스미스 하우아유 파인, 하우머치 이스 디스, 갓 댐 베리 익스펜시브 같은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당시의 풍습과 인물상을 알 수 있는 좋은 자료랄까...그런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글이다.



기자들의 취채기는 재미있다기 보다 "이걸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양지에 사는 이들에게 음지의 실상을 알려주는 일은 참으로 거북한 일이다. 유영철 사건이후의 챕터를 읽어보려다가 잠시 덮었다. 주진우는 우상이 아니고, 그 역시 언제 타락할 지 모르는 연약한 인간유형이다. 그러나 그가 만나보고 취재한 음지의 인간들(하지만 모두 햇볕 아래에서 고개를 뻣뻣이 들고 다니는 성공한 인간들이라는 게 문제지)을 지면으로 봤을 때 나오는 토악질이라는 게 만만치않다. 기자라는 직업은 장수하기에도 힘들고, 지조를 지키기도 힘들고 건강을 지키기도 힘든 직업이다.

진짜 기자라면.


중국도시사 (시바 요시노부: 서경문화사) - 중국의 기이한 도시형성과정을 서사적으로, 도시행정학적으로 풀어낸 학술서. 중세 유럽의 성문화나 별반 다를게 없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지는 것이 강하유역을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상권과 객가인의 군집성. 그리고 도저히 기록에 남길수도 없는 수많은 이합집산의 중국인의 흐름. 그냥 성곽문화라고 중국을 이해하는 게 빠를 듯 싶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어려 성의 합일체이다.



복장과 배경, 풍경에 관해서 오타구의 범위를 넘어서 강박증까지 보이는 모리카오루의 작품.

전작 [엠마] 에서 산업사회 영국 메이드의 생활을 손에 닿을듯이 그린 작가가 이번에는

중앙아시아의 새색시를 대상으로 그림을 그린다. 꼬마신랑과 아리따운 새색시 이야기.


아 그런데 너무 매력적이야. 이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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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그 위대한 언어.


음성을 통해 전달되는 언어활동은 인간이 활용하는 사회적 의사표현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우리들은 음성언어를 사용하기에, 반대급부로 음성이 없는 상황의 의사소통은 상상하기 힘들다. 역사상 대부분의 문명은 그렇게 이루어져왔고, 그 안에서 꽃핀 문화도 마찬가지였다. 오페라나 연극이나 가면극이나 산대극이나, 결국 음성이 없이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 아닌가?

이런 통사적 문화발전 속에서 '무성영화'라는 장르는 인간이 만들어낸 수 많은 예술장르 중 정말 묘한 위치에 있는 녀석이다. 무언극이나 종교적 함의를 지닌 특정계층의 문화활동이 아닌 대중예술이며 발명에 의해 태어난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술의 한계에 의해 음성을 같이 싣지 못해 음악과 배우들의 표정, 그리고 시각효과인 자막에 의지한 장르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은 일반 연극보다 훨씬 스피디한 편집과 전개. 연극배우들이 갖지못하는 무성영화배우들의 과장된 연극적 표현, 더불어 자막과 화면이라는 시각에만 의지하는 관객의 상상력 고양이었다. 그 덕에 무성영화 배우들은 눈과 입매에 짙은 화장을 할 수 밖에 없었고 (흑백의 명암 속에서 확실한 감정표현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겠지.) 이목구비의 선이 굵은 명배우들이 당시 은막을 선도했다.


(무성영화 최고의 스타 루돌프 발렌티노. 아티스트의 주인공 [조지 발렌틴]의 이름은 여기서 온 것 같다.)

2.
나는 찰리채플린의 영화를 참 좋아했었다. 씨네하우스가 강남에 남아있을 당시, 동생을 꼬드껴서 매일 채플린을 보러 갔었다. 흑백임에도 불구하고 채플린의 코미디는 긴박감이 장난 아니었다. 대사가 없다는 것은 굉장한 단점이면서 엄청난 강점을 지닌다. 관객의 집중도가 엄청날 뿐 아니라, 자막으로 나오지 않는 시퀀스의 대사는 자기가 머릿속으로 다 혼자 상상하는 것이다. 동양화의 여백처럼 장면마다 엄청난 풍성함을 관객에게 안긴다. 하지만 그것이 또한 단점이었다. 놓치면 뭔지 모른다. 설레설레보면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보게 되는 거다. 그래서 보다 '친절'하고 '혁신'적인
[유성영화]의 시대가 온 것일게다. 아티스트에 나오는 존 굿맨의 이야기처럼 "관객은 스타의 목소리를 듣고싶어!" 하는 가외적인 이유도 있을 테고 말이다.

3.
이 영화는 그 중간 시절, 잘 나가는 무성영화 배우와 새롭게 떠오르는 유성영화의 신예 사이에 꽃피는 러브스토리를 가지고 만든 영화다. 채플린 이후 처음 보는 진짜 무성영화였다.
그런데 풍성하더라. 어릴적과 같은 시퀀스의 짜임이 머릿속으로 들어오더라. 내가 주연배우의 말을 상상하고 흑백 전경 너머에 있는 것을 보게 되는 꿈같은 체험을 다시 할 수 있었다. 오히려 마지막에 나오는 음악소리가 현실로 돌아가라는 알람처럼 들려서 신경이 날카로와질 지경이었다. 감독의 연출과 배우의 호연은 보너스였다. 개인적으로는 다시 깨달은 바가 있었다. 그 침묵 사이에 울려퍼지는 스크립트의 풍성함. 말 없이 은막 밖의 관객에게 말하는 배우의 표정. 그리고 여백을 채우는 나 자신.

즐거웠다는 말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상에 올라갈 것이다. 어쩌면 상상보다 많은 부분을 수상할지도 모르겠다.
고향 집에 돌아간 이국에서 만들어진 조상의 사진첩이니까. (감독과 주연은 프랑스 사람들이다.) 원래 허리우드의 일대기 아닌가. 그리고 미국사람들...역사가 짦아서 그런지 전통이라면 또 꿈벅 죽으니까.

한 번 기대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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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학살에 대한 통사적인 보고서.

 1.
내가 [제노사이더]라는 단어를 맨 처음 접한 것은 아이러니칼하게도 만화영화였다. 마징가-z에 나오는 헬박사가 만든 기계수의 이름이었다.  그 당시에 500원인가 1000원인가에 발간되었던 [마징가제트 대백과사전]에 보면 34화에 출연한 걸로 되어있다.  제노사이더 f-9. 이름 참 멋지더라. 제노사이더가 뭔가? 그 나이에 사전을 찾아봤다. 대충 비슷한 음차를 가지고 영어사전을 찾았다. (오덕은 이래서 위대한 것이다) 

(이 X같은 디자인의 기계수가 나름대로 유명한 이유는...마징가 제트의 비행용품, 제트스크란다가 만들어 졌을 때 처음으로 공중에서 박살난 헬박사의 로봇이기 때문이다. 컨셉 자체가 폭격기.)

Genocide: 민족말살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학살.

이런 망할....무슨 단어가 이렇게 끔찍해.

 
2.
[잔혹한 세계사]는 말 그대로 인류문명에서 일어난 끔찍한 집단학살 18개를 다루고 있다. 카르타고 말살전부터 보스니아 학살까지 인류사를 통괄하는 학살극을 다룬 책이다. 특이한 것은 이책에는 다른 학살극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사상자가 적어보이는 것들도 몇 개 담겨 있고, 규모가 큰 칭기스칸 정벌전 같은 것은 다루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책에서 다뤄 놓은 학살극들은 그 사건으로인해 인류문명, 역사의 방향이 어디로 흘러갔느냐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서양인들의 시선으로 보는 경향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아무래도 정확한 배경을 알 수 없는 학살극들은 건너 뛰었다는 느낌도 강하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거되어 있는 모든 학살극들은 책 페이지를 넘기기 끔찍할 지경이다. 사진같은 건 거의 없다.
이 책이 무서운 이유는 인종학살은 [광기]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이성적이고 정치적인 판단과 당시 기득권과 군사적 역량이 있던 지배계층과 민족의 합리적 선택에서 출발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에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학살극의 광기와 비이성적 인간의 모습은 최일선의 집행자들의 모습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기획의 입안자들은 일종의 면죄부 비슷한 것을 받게 된다.
 "원래 그러려던 것이 아닌데 일선 책임자들의 광기에 의해..." 읽다보면 그거 다 개소리라는걸 알 수 있다. 철저하게 계획되어 고위층이 지시하면 아래의 수족들이 피를 묻히는 과정이다. 역사를 관통하는 민족학살의 뒤에는 차가운 이성이 존재한다.  오히려 처형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이라는 것에 소름이 끼치는 것이다. 그리고 사건이 끝나면...모든 것은 잊혀진다. 굉장히 정치적인 담론을 담은 채로.


4.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저 로봇이 생각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감정없이 수백톤의 폭탄을 떨구고 다시 돌아가는 로봇이나 사람들이 실제로 저지른 짓이나 전혀 다른 점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점점 심하게 느끼는 것이지만

감정적인 사람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감정이 없는 이성론자들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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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다시 사서 읽어 본 책이다.
세상사 아무리 복잡하게 뒹굴려보아도, 결국 사람의 인생은 하나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가족.
1차집단 안에서의 의사소통과 그 안에서 내가 차지하는 위치가 세상을 만들고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 삼성도 결국 이건희와 이재용이의 관계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가. 그 전에는 이병철이와 이건희의 이야기였고.

혈연적 관계 사이에서의 비합리적인 유대와  사업적 관계에서의 합리적 포용성. 이것이 이 소설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맥이라고 할 진대, 고래로부터 바뀌지 않는 이 법칙을 유장하게 풀어낸 마리오 푸조의 역량이 이 글을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남기고 있다고 할 것이다. 물론, 이 뒤를 이어 나온 말론 브란도의 호연이 지금까지 소설을 살아남게 만들었겠지만.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까 왜 이렇게 조니 폰테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 또 다른 대부의 아들로써 살아가는 사내의 이야기를 넣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왜 이 이야기를 코폴라가 들어냈는지도 또한 알 수 있었다. 뭔가 지금 읽기에는 세련되지 않은 듯한 분위기와 사건들. 그렇지만 그 안을 관통하는 유장함.
시실리에서 퍼먹는 시골된장의 맛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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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 : 나라는 망했지만 산천은 남아서
성춘초목심(城春草木深) : 성에는 봄이 와 초목이 무성하네

감시화천루(感時花濺淚):  때가 어지러워 꽃을 봐도 눈물이 나고
한별조경심(恨別鳥驚心):  이별의 한에 새소리에도 가슴이 놀라네

봉화연삼월(烽火連三月): 봉화는 석달이나 계속 오르는데
가서저만금(家書抵萬金): 집에서 오는 편지는 만금보다 귀하구나

백두소경단(白頭搔更短): 흰 머리는 빗을수록 짧아져
혹욕불승잠(渾欲不勝簪): 이제는 비녀를 꽃을데도 없어라.


두보의 전란시.

한문학자들에 따르면 첫 두 구는 그냥 감회를 적은 글귀가 아니라
사람들이 다 죽어서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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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마제국 쾌락의 역사

 읽다보면 미국이 생각날 수 밖에 없다. 전 세계의 물산을 흡수하는 기형적인 경제구조. 그리고 특권층이 되어버린 로마시민. 로마시민 중에서도 소수인 귀족들의 소비와 문화향유. 그리고 섹스와 취향. 말 그대로 읽다보면 아우구스투스 시절부터 백년정도는 [로마에서 귀족으로 태어나는 것]이 인류 역사상 최고의 지상낙원을 향유한 순간이구나 싶다. 현대인들의 취향으로도 감당이 안되는 짓거리를 해 대던 로마인들. 소비의 정점에 오른 문화를 역사적으로 탐구해준다. 인간은 쾌락을 탐구하는 동물이다. 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2. 서울에서 가장 거룩한 곳


저자 김문환교수는 신학과 미학을 전공하신 특이한 이력을 가진 분으로, [건축구조물이 도시에서 갖는 소통의 역할]을 주제로 삼고 쓴 책이다. 서울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교성지. 성균관 대성전부터 절두산 성지, 이태원 모스크, 경동교회등 각 종파의 랜드마크가 될 법한 성전들을 망라해서 써 놓았다. 종교색은 별로 없고, 각 건축물의 유래와 상호작용, 현재 그 건물의 사용과 주변의 상호관계에 대해서 진술한다. 생각보다 훨씬 진중하고 편견없는 저작물이라 놀라웠다.

3.고문진보


과거시험 준비하는 서생도 아니면서 고문진보까지 나서 보게 되었다. 시,서,부를 다 보려면 후권까지 사야하는데 돈이 모자라서 일단 전편만 사서 보기로 했다. 아무리 짱깨짱깨 하더라도 한자가 갖는 압축성의 시상(詩想)은 압도적인 힘을 갖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세월의 조탁에 의해 정련되어 남은 글들은 후대가 읽어야만 한다. 명문들이다. 그런데 이걸 언제 다 읽나.


4.닥치고정치

표지의 김어준 얼굴보면서 웃다가 아직 표지를 넘기지도 못했다. 이것부터 읽을까? 이명박 정부가 만들어 준 희대의 아이콘. 김어준이 [졸라!]를 넘어서 무대정치와 막간극 사이에서 이렇게 줄타기를 하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아마 각하는 아셨을 것이다. 그분은 졸라 섬세하시거든. 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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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도서,

Police POV

見.聽,感 2011/10/05 17:51
여기저기 케이블을 돌리다보면 정말 웃기는 괴상한 프로그램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웃기다기보다는 뭔가 묘한 느낌의 현장프로그램이었다. 일반 경찰24시하고 다를 바 없는 경찰들의 업무.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 기계를 더 섞어 놓았다. 1인칭 카메라.


경찰관들에게 1인칭 카메라를 씌우고 현장출동하는 과정을 찍은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들은 경찰관의 시점에서 TV 프로그램을 보게 된다.(POV는 Point Of View의 약자이다.) 이렇게 보게 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냐. 경찰관이 총하고 무지막지한 메그라이트를 들고  쫒아가는 광경을 보게된다. 딱 FPS. 콜 오브 듀티나 배틀필드같은 게임영상과 대동소이 하다. 게임이 현실화 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게임화된다. 오히려 이런 시점은 게임을 즐기던 30대 이하에게는 굉장히 친숙한 인터페이스로 다가온다. 오히려 이렇게 되니 뭐랄까...현실이 현실이 아닌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묘한 기분이 든다.


나는 스티븐 킹의 [런닝맨]이 그저 소설가의 상상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범죄자를 시외곽에 풀어주고 직업적인 헌터들이 사냥하는 걸 보여주는 방송이 나올지도 모른다. 어떤 것이 공익이고 어떤 것이엔터테인먼트인지 더 이상 분간하기 힘든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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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는 현실에서 꿈을 꾼다고 평론가들이 나불나불대긴 한다만
내가 봤을 때 홍상수의 영화는 극사실적 하드보일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리저리 구차한 학문적 촛점을 갖다 맞추거나 전문가의 심미안을 대 놓고 볼 하등의 이유가 없는것이다. 그 사건과 사건의 동선에 어떤 상징적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전무하다. 왜냐하면 영화를 감상하는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실제로 벌어지는 일일테니까.

[책임에 구애받지 않는 남성 솔로가 여자랑 섹스하기 위해 벌이는 분투기] 가 홍상수 영화를 관통하는 요소다. 중간에 찌질하건, 민망하건 그것과는 관계없는 것이다. 여자와 관계를 맺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혹은 중구난방으로 헤집고 돌아다니는 수컷의 망동과 그것을 알면서 대충 이용하거나 아니면 모르는 척 넘어가주는 암컷의 응큼함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영화에 따라 암수의 헤게모니가 바뀔수는 있지만 지금까지 이어져 온 홍상수 영화의 주된 화자가 남성이었음을 봤을 때. 결국 [남성의 생식행위 달성을 방해하는 문명사회의 고단함]정도로 압축되지 않을까.

북촌방향은 그나마 깔끔하다. 여기저기 공간적으로 방황하면서 다닐 필요가 없는 남성의 여성사냥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타임 온 타겟]이 된 뒤에 정확하게 밀고 들어가는 주인공의 모습. 예전 김상경이 헤메이면서 엎치락 뒤치락 마지막 목표까지 허둥지둥 달려가서 읍소하고 협박하고 어르고 달래서 여자랑 자는 돈키호테형의 인물이었다면 이번에 주인공을 맡은 유준상의 모습은 햄릿과 제이슨 본을 섞어놓은 듯한 모습으로 들어온다. 이걸 우리는 프로페셔널이라고 하겠지. 영화의 압축성은 거기서 빛난다. 이 영화는 섹스를 희구하는 전문가의 발자취가 첩보영화에서 악당을 제거하는 공작원의 모습과 얼마나 일맥상통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듯 싶다.

유준상은 꽤나 근사하고, 송선미는 어이없는 한 시퀀스(개새끼....)를 제외하고서는 정말 맛깔난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정말 놀라운 건 영화 [친구]와 [하얀거탑]의 김보경. 내가 유준상이라도 다른 타겟은 눈에 안 들어온다. 그러고보니 김상중씨 이야기는 없네...그냥 나 보는 것 같아서 속상해서 안 썼음.

초심자가 실제로 흉내냈다가는 콩밥먹기 딱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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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kings (1958)

見.聽,感 2011/09/01 11:26

* 막장 대하스펙타클역사드라마

일단 50년대 기준으로 끝내주는 배우들과 감독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블록버스터다.
당시에 잘나가던 꽃미남 토니커티스 (우리에게는 로저무어와의  공동주연 TV시리즈인 '전격대작전'으로 유명하지만...이 시리즈 알면 연식 나온다.), 만년조연 어니스트 보그나인. 그리고 영원한 카오스의 카리스마 커크 더글러스를 데리고 [도라도라도라]의 감독인 리처드 플레이서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도라!도라!도라!]는 리처드 플레이서 감독 최고의 역작이자 백조의 노래.....아 뭐 이건 한참 뒤인 1970년도에 나온 영화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상당한 위용이다.

그런데 줄거리는 완전 개막장

바이킹 두목 (어니스트 보그나인)이 문명화된 서양 어느 왕국에 들어가 약탈하고 왕비를 강간한 뒤 도망갔는데 나중에 왕비가 애를 낳고 그 애가 권력투쟁에서 쫓겨 북쪽으로 망명, 그래서 바이킹의 노예가 된다. 그런데 알고보니 도망간 집안이 어니스트 보그나인의 동네네? 그리고 어니스트 보그나인에게는 카리스마 짱인 배다른 형님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들의 출생비밀을 아무도 몰라. 그냥 넌 노예 우린 상전 이렇게 살던 중에 서양 어느왕국에서 공주를 형님(커크 더글러스)이 납치해 온단 말이지. 아, 그런데 노예동생놈하고 공주가 눈이 맞아. 형님은 보기보다 순정파라 말도 못하고.

뭐 대충 이런 이야기다. 이렇게 저렇게 이어지면서 토니 커티스와 커크더글러스의 갈등은 점점 허리우드식 문법에 따라 고조되어가고, 여인은 여기저기 초겨울 마른 풀처럼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내 마음 나도 몰라 누가 콱 자빠드려줬음 좋겠어요 이런 뉘앙스나 풍긴다. 하여간 형제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마지막에 풀리는 출생의 비밀...

뭐 이런 것이다. 말 그대로 그냥 멍하니 눈 뜨고 보면 되는 불록버스터. 생각보다 액션신이 많지는 않고 드라마 위주긴 하지만 커크 더글러스의 카리스마 하나만큼은 형형하게 빛이 난다. 마지막 클라이막스 공성전에서 벌이는 도끼질 클라이밍이 이 영화의 백미. 요즘 구해보기 힘든 영화라서 한 번 올려봤다.

p.s 1) 이 영화의 히로인으로 나오는 자넷리는 유명한 영화 [사이코]의 샤워씬으로 유명한 그 배우다. 아마 코르셋보정이 있었으리라 생각은 되지만...이 배우의 가슴사이즈와 허리사이즈는 사람의 고정관념을 깨버린다. (36-21-36) 만화에서나 가능한 인물구현이 현실에도 존재한다는 것. 사실, 이 영화 촬영 중 토니 커티스와 자넷 리는 부부관계였다. 이 두 선남선녀 사이에는 딸이 하나 있는데....그 딸이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나온 [트루라이즈]의 사고뭉치 마누라. 바로 제이미 리 커티스.

p.s 2) 이 영화에 나온 모든 사람은 늙어서 돌아가셨다. 리처드 플라이서 감독마저 죽었다.
         하지만 오직 한 분이 살아계시니. 이 영화에서 가장 연장자로 나오는 어니스트 보그나인.
         무려 1917년생. 2011년 현재 여전히 살아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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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역사서적의 기본은 정확한 사료파악과 사료에 입각한 추정이 근본이 되어야 한다.
위대한 인물을 탐구할 때는 더욱 엄중해야 한다. 후대에 갈수록 덧입혀지는 금박과 신화를 제거하는 것은
역사학자들에게 난제중의 하나다. 그리고 그것을 벗겨낸 뒤에 보여지는 인간의 적나라함과 당시의 환경을 봐야
진정으로 살아 숨쉬는 시대를 독자가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방송가에서는 계백장군에 대한 드라마와 광개토대왕에 대한 드라마를 만드는 모양이다. 그런데 둘 다 유년기에 어디 포로로 잡혀가서 죽도록 고생하고 있단다. 이건 역사극이 아니라 환타지다. 그냥 환타지 드라마에 역사속 인물들의 이름만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방송국의 드라마 작가들이라는 양반이 이럴진대, 이야기로 먹고 사는 과거의 이야기꾼들이 만들어낸 전설속의 인물들이란 오죽하겠는가?

스텐리 레인-풀 은 나름대로 유명한 중세사가이다. 그것도 이슬람전문이다.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어쩌면 십자군 전쟁사에서 가장 뛰어난 이름 둘 중 하나일 살라흐 앗 딘 (살라딘)을 조사하는 데 그는 최소한 다섯 개 이상의 사료를 뒤지면서 이 사람의 객관적인 평전을 쓰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최대한의 객관성을 뽑아내서 만들어 낸 책이다. 인물 탐구를 하면서 쓰려면 이 정도의 노력은 기본이라는 걸 보여주는 듯 하다. 그래서 만들어진 아이유브 왕조의 창시자. 예루살렘의 탈환자. 이슬람의 구원자 살라딘은 굉장히 현실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며, 또 한명의 십자군 영웅 사자왕 리처드와의 이야기도 생생하게 전쟁에서구현한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과연 이런 인물이 세상에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종교적 충만함이 기사도와 만났을 때 발현하는 궁국의 시너지효과는 바로 성군(聖君)이라는 것을 일깨우게 한다.

말리크 샤 - 누르 앗 딘 - 살라흐 앗 딘 으로 이어지는 이슬람 성인군주들의 뛰어난 역량이라는 것은 이 책을 보면
볼수록 감탄을 금할수가 없으며, 그 화룡점정을 찍는 살라딘의 예루살렘 탈환과정은 거의 종교적인 숭고함마저 감돈다. 아마 포로에 대한 처사를 그렇게 한 군주, 기사, 장군은 아마 21세기가 되어도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말 그대로 궁정보다는 풍찬노숙하는 전장에서 대부분의 생을 살다 풍전등화의 이슬람을 구원하고 홀연히 세상을 떠난 영웅의 족적은 마치 충무공의 행적과 엇비슷하다는 느낌마져 들 정도이다. 그 성품이나 구현하는 모든 행동 자체가 용장이 아닌 지장과 덕장이라는 것도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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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에 대한 종교적인 편견은 상당히 많은 부분 서구에서 윤색되어 있는 부분이 있다.
물론 지역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문화적, 종교적 한계가 있고 기독교보다 훨씬 원리주의적인 요소가 많은 이슬람이기 때문에 기독교와 충돌을 안 할 래야 안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럼으로 인해 이슬람이 가지고 있는 많은 덕목들이 가려지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내가 이런저런 사료를 통해 본 이슬람의 가장 큰 덕목은 아이러니칼하게도 [타인에 대한 관대함]이다. 
현대사회로 올수록 이상한 원리주의자 무슬림들이 이런 덕목을 다 갉아먹은 것 같다. 마치 무늬만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이 사랑을 어디 엿바꿔먹고 쌈질이나 해 대는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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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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